유전성 유방암 원인 ‘브라카’ 유전자 무엇? [e건강~쏙]

입력 2024-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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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카 유전자 변이 있으면 유방암 위험 최대 80%↑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유전자 변이 검사…특정 조건 있어야 대상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 여성 암 발생순위 (자료=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

유방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유방암은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약 230만 명이 발생해 약 69만 명이 사망했다. 또 암이 발생한 여성 중 대략 4분의 1이 유방암 환자며, 전체 여성 암 사망자의 6분의 1 정도가 유방암일 정도로 환자가 많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1일 중앙암등록본부와 보건복지부의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여성 암 발생 순위 1위(21.5%)이고, 여성 암 사망 순위 5위(8.6%)다.

특히 국내 유방암 발생률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2011년 유방암 발생자 수는 1만6261명에서 매년 증가해 2020년 2만5037명으로 늘었다. 이어 2021년 2만8861명으로 전년보다 유방암 환자 수가 3824명(15.3%) 증가했다.

유방암의 원인은 크게 △유전성 유방암 △가족성 유방암 △산발성 유방암으로 나뉜다. 이 중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약 10%를 차지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 여성 암 사망순위 (자료=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

◇악성 종양 억제제 ‘브라카(BRCA) 유전자’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세포 안에는 염색체라는 구조물이 존재한다. 인간의 경우 46개(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 안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 정보가 담겨 있다. 유전자는 이중 나선 구조를 통해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고 복제되는 복잡한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가끔 오류가 발생해 암세포로 발전하게 된다.

암세포는 비정상적인 빠른 속도로 분열하며 제한 없이 증식한다. 브라카 유전자는 무분별한 세포 분열을 억제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즉 종양 억제 유전자로 세포 분열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브라카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 변형이 일어나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오류가 축적되어 악성 종양이 발생하게 된다.

윤광현 강릉아산병원 암센터 외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유방암의 원인을 브라카 유전자가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브라카 유전자는 악성 종양의 발생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브라카(BRCA)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최대 80%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예방 및 검진 계획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유전자 변이 검사는 누가 받나?

브라카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발병 연령대가 낮고 양측성 유방암이 흔하다. 더불어 가족 중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등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이 약 40%~80%까지 증가하고 난소암, 췌장암, 자궁암, 자궁경부암, 난관암 등의 위험성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특정 질환이 나타날지 여부는 ‘침투도(Penetrance)’에 의해 결정된다”며 “침투도란 유전자 변이가 실제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브라카 유전자의 경우 침투도가 매우 높아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 검사는 간단하다.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평생 한 번만 검사하면 된다. 다만, 특정 조건이 있어야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검사가 권장되지는 않는다.

윤 교수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진단된 사람 중 가족 또는 친척(3촌 이내) 1명 이상이 특정 악성 종양(유방암, 난소암, 남성 유방암, 전이성 전립선암, 췌장암)에 진단된 경우 △40세 이전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60세 이하에 삼중음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양측성 유방암 △남성 유방암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외에도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유방암 환자의 가족 역시 검사 대상이다.

윤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은 성인기에 발현되는 질환”이라며 “유전자 변이 검사는 검사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성인이 된 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광현 강릉아산병원 암센터 외과 교수는 “브라카(BRCA)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최대 80%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예방 및 검진 계획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제공=강릉아산병원)

◇본인이 ‘유방암 유전자 변이 보인자’라면?

‘유방암 유전자 변이 보인자(브라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나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가족력을 고려하여 검진의 시작 시기와 빈도에 대한 개별화된 계획이 필요하다. 25세 이상의 경우 매년 1~2회 유방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30세 이후로는 매년 유방 촬영술과 유방 MRI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윤 교수는 “유방 MRI 검사의 경우 생리 주기에 따라 유선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생리 주기 7~15일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난소암의 경우 30세부터 경질 초음파와 난소암 종양 표지자 혈액 검사가 권장된다.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으면, 그 환자가 진단받은 나이보다 최소 5년 이른 시기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도 다른 원인의 유방암과 예후는 비슷하여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 매우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방적 유방 절제술이 도움 될까?

보인자의 예방적 수술 목적은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수술의 종류는 ‘예방적 유방 절제술’ 및 ‘예방적 양측 난소-난관 절제술’이 있다.

윤 교수는 “예방적 유방 절제술의 경우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지만, 아직 생존 기간 향상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며 “수술의 부작용으로 여성성 상실, 일상의 스트레스, 자신감 상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등을 고려해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은 보인자에게 정상 유방에 대한 예방적 절제술은 추천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난소와 난관을 제거하는 ‘예방적 양측 난소-난관 절제술’은 권장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과 난관암의 발생률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35세~40세 사이 또는 자녀 계획이 완료된 이후에 고려하게 된다.

윤광현 교수는 “최근 유방암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사람이 유방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위험도 평가와 맞춤형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맞는 예방 및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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