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여전 당분간 금융완화기조 유지 입장 밝혀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연 2.0%로 ‘다섯달째’ 동결했다.
사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실물 경제나 금융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금통위가 7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찌감치 예상했었다.
최근 경기회복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
이로써 한은 금통위는 7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2%로 동결하면서 지난 2월 2.5%에서 2%로 내린 뒤 5개월 연속 2%를 유지하게 됐다.
◆ 여전히 더딘 실물경제 회복 속도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기준금리 변경을 통해 통화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아직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에 한은이 주목했다고 평가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 실장은 “실물경제에서 아직 적극적인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아 금융정책 당국이 금리를 건드리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생산, 설비투자 등의 실물지표가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소비와 고용 등의 회복이 더딘 만큼 전반적인 경기 회복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효과를 제외한다면 민간의 자생적인 회복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점도 금리 동결의 주된 이유”라며 “한은은 이번에도 통화완화기조를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 낮아진 물가상승 압력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압력이 지난달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통상적으로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면 인플레 우려가 비례해 증가하지만 이는 통화유통속도가 일정할 경우다. 그러나 현 상황은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지고 있어 물가 우려가 크지 않다.
즉,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지만 통화 유통속도가 떨어져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주고 있는 상황. 민간소비와 고용 여건도 뚜렷한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당장의 물가 불안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허문종 이트레이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월 소비자물가도 기저효과에 대해 경기부진에 대한 수요 압력의 완화, 환율 안정 등으로 올 하반기에도 꾸준히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문석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 위험을 우려했지만 최근 상승세가 제한적인 가운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물가에 대한 한은의 경계감은 다소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출구전략’ 마련은 아직 일러
이번 7월 금통위를 앞두고 그동안 시장 참가자들사이에 논란이 됐던 ‘출구전략’ 수립과 관련해서도 한은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경기 흐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사실이나 소비와 수출의 자생적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현 여건상 경기를 조기에 회복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저금리 및 양적완화, 부양책 등과 같은 경기촉진 시책은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
김진성 푸르덴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경우 거시경제의 성장세나 최근의 경기회복신호가 가장 양호하고, 자국통화 기준 인플레이션 수준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에서 한은은 아직 출구전략을 마련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출구전략의 기본 구상은 양적 완화의 대상에서 출발하는데 최근 시중 유동성은 점차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덧분였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M2 증가율뿐 아니라 M1 증가율도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유동성 증가 속도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