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조달’ 펩트론, 기술수출 신호탄이냐 희망고문이냐

입력 2024-09-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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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의 신공장 조감도. (사진제공=펩트론)

장기지속형 비만약으로 주목받는 펩트론이 최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조달 규모와 시기, 방법을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기술수출을 대비해 연구와 생산시설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한 만큼 기술수출이 성사되려면 아직 먼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펩트론은 최근 1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1200억 원 중 신공장 건립에 650억 원, 회사 운영에 550억 원을 사용한다고 공시했다.

펩트론은 약물 반감기를 늘려 한 번 투여로 장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장기지속형 기술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반감기가 짧아 자주 주사하는 펩타이드(아미노산 화합물) 약물을 현재 주 1회 주사보다 투여 주기를 늘릴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이 기술은 매일 또는 주 1회 투약해야 하는 비만약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어 그동안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 또는 기술수출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있었다.

펩트론은 2022년 9월 글로벌 제약사 2곳과 기술이전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고, 같은 해 12월에는 빅파마와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당뇨·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계약 계약이행각서(텀싯)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약은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12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유증을 발표하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한 이유는 회사 비전과 성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펩트론이 보유한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높은 관심에 따른 임상약 수요 등에 빠른 대처를 위해”라고 밝혔다.

현재 펩트론은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2021년부터 최근 3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66억→58억→33억)은 줄고 영업손실(157억→152억→159억)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4억 원에 불과하다.

자금이 필요한 상황은 분명하지만, 규모와 시기 타이밍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펩트론은 이전부터 기술이전이 임박했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증자를 먼저 했다. 기술이전 후 증자를 했으면 환영받았겠지만, 그전에 유증을 해서 정말 기술이전이 가능한지 의심이 드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증자 방식도 3자 배정이 아닌 불확실성이 큰 주주배정을 했다. 기술이전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부득이하게 증자를 먼저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술이전의 설득력이 있으면 굳이 주주배정을 하지 않고 3자 배정을 했을 것이다. 주주배정 증자를 했다는 것은 기술이전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기술수출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펩트론은 2026년 6월 신공장 준공을 목표로, 2025년 상반기까지 9억 원을 사용해 설계를 완료하고, 2026년 상반기까지 건축공사에 196억 원,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생산설비공사에 445억 원 등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약효 지속성 의약품 생산 10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기술을 수출하고 해당 기업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직접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어 대규모 생산시설이 필요하다”며 “이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펩트론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펩타이드 기반 약효 지속성 의약품 수요 확대에 대비한 안정적 생산 거점 확보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며 “기술이전은 공시 내용에서 달라진 것은 없고, 자세히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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