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수요 둔화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 ‘뚝’

입력 2024-09-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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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3년여 만에 첫 배럴당 70달러 붕괴
철광석, 2년 만에 첫 90달러 선 무너져
실물경기 선행지표 구리도 부진
11월 미국 대선 불확실성 겹쳐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 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일 대비 4.31% 급락한 배럴당 65.75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배럴당 65.27달러까지 내려 약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일 대비 3.69% 떨어진 배럴당 69.19달러로 장을 마쳤다. 특히 브렌트유 가격이 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급락세 배경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월간 보고서가 있다. OPEC은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 성장 둔화 등을 지목하면서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기존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석유 수요 전망치는 하루 170만 배럴로 종전 전망보다 하루 4만 배럴 낮춰잡았다.

구리와 철광석 가격도 중국 수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0.78% 떨어진 톤(t)당 9026달러를 나타냈다. 5월까지만 해도 톤당 1만1000달러를 찍었던 구리 가격은 이달 들어서는 90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철광석 선물 가격은 9일 2년 만에 처음으로 톤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현재 90달러 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3분의 1 넘게 하락했다.

구리는 전기 인프라에서부터 자동차까지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원자재이다. 이에 실물 경기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해 이른바 ‘닥터 코퍼(구리 박사)’로 불린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재고 증가와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부진을 이유로 내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에서 4900달러 하향 조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부동산 부문의 지속적인 약세를 감안할 때 우리는 구리 재고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듯 전날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8월 구리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3% 감소한 41만5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같은 기간 철광석 수입량도 전년보다 4.73% 줄었다.

배런조이의 수석 거시경제 전략가인 데미언 보이는 “중국의 상황이 악화하면 그로 인한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는 것을 시장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원자재시장에서 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원자재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톰 멀퀸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전 세계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중국의 경기부양책 도입도 지연될 수 있다”면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반전을 위한 즉각적인 촉매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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