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요금제 도입은 입지변화에 제한적”
내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이 예고됐으나 제도 도입의 취지인 대규모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5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에 따른 수도권 내 업종별 비용부담을 추정하고 제도 운영과 관련된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경협은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수도권 제조업 전체의 연간 전력비용 부담은 최대 1조4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용 전력수요는 주택용, 일반용 등 다른 계약종에 비해 낮은 가격탄력성을 지니므로 산업계는 제도가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예상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내년부터 전기요금 도매가격의 지역별 차등화가 우선 시행되고 2026년에는 소매가격의 지역별 차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지자체별로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전기요금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지역별 전력 도매가격이 차등화될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도매가격 격차는 19~34원(킬로와트시ㆍ㎾h) 정도로 전망된다.
한경협은 이러한 도매가격 변화분 전망치와 소매가격 전가율을 시나리오별로 나눈 후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에 따른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비용 부담을 추정했다. 분석결과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수도권 제조업 전체의 연간 전력비용 부담은 최소 8000억 원에서 최대 1조4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전자ㆍ통신 업종의 전력부담 비용(최대 6000억 원)이 가장 매우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으로 분류(표준산업 중분류 기준)되는 25개 업종의 평균 전력비용 부담 상승분은 55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국 단위의 단일 전기요금체계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전력비용의 변화가 기업 등의 유의미한 입지변화를 유도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나해 기준 산업 전력사용량의 과반 이상(64.2%)이 비수도권에 분포하고 있다.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사용량의 변화는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미미(0.1%포인트 감소)한 가운데, 전자ㆍ통신 업종의 수도권 내 전력사용량은 동 기간 중 3.4%p 증가했다.
수도권 내 전자ㆍ통신 업종 전력사용량 증가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공장 및 데이터센터 신ㆍ증설 등에 기인한다. 한경협은 이들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인력 확보 때문으로 전력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전자ㆍ통신 업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속될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수도권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기반시설의 성격을 지니거나 소수 사업장에 편중돼 입지 변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시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백화점, 병원, 학교 등으로 이와 같은 기반시설은 전력비용의 높고 낮음에 따라 입지를 변경하기 어렵다.
기업의 입지 결정에 있어서 기반시설, 유관 업종의 집적성, 인력 유치 등 기업 인프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수도권 입지 선호 이유는 인력 확보가 용이하고 정주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을 위해서는 민간의 수요 및 유인체계를 감안한 기업 인프라 확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산업 입지와 관련된 지원정책이 명시돼 있는 유턴법(2013년 시행)에서 기업의 입지와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연계를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전력가격 조정을 통한 기업의 입지변화를 유도하기에 앞서 ‘지방시대 종합계획’ 내 지자체별 전력수급 균형을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정책효과를 개선하고, 대규모 전력수요 분산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 인프라 확보와 지자체별 전력수급 균형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