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플랫폼' 때리던 정부…급할 땐 왜 '네카오'부터 찾나

입력 2024-08-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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댑페이크 터지자 신고 팝업 요청
과거 코로나19 서비스 자체 개발
해외 플랫폼은 국내 공적기능 외면
데이터 주권 확보 위해 보호 나서야

사회 전방위에 침투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전 국민의 안위를 위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같은 위기 때마다 정부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이에 응답해 손을 보탠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다. 반면 국경이 없다는 특성을 활용해 우리나라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는 해외 포털들은 공적 기능 참여는 커녕 수사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자국 플랫폼을 규제하며 이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는 이날 고객센터 공지사항과 카카오톡 공지사항을 통해 “카카오 서비스 내에서 딥페이크 영상물, 이미지 등 관련 콘텐츠를 발견하신 경우 즉시 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관련 링크를 첨부했다.

이는 최근 타인 사진을 도용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확산하며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전날 네이버와 카카오에 방심위 전용 신고 배너 설치 협조를 요청한 것에 따른 조치다. 네이버 역시 방심위의 요청이 있던 전날 즉각 방심위 전용 딥페이크 이미지, 영상 신고 채널을 개설했다. ‘국민 플랫폼’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공적 위기 상황 해결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과거 코로나19 당시에도 정부의 요청 등에 따라 여러 공적 서비스를 개발하며 사실상 정부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 이들은 △약국별 마스크 재고상황 확인 서비스 △QR 체크인 서비스(전자출입명부) △잔여백신 당일예약 서비스 △백신접종 증명서 발급 등 서비스를 개발해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먹통 사태에도 양대 플랫폼은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반면 해외 플랫폼들은 국내 공적 기능 수행에는 방관적인 태도을 보여왔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코로나 초기, 백악관의 코로나19 가짜뉴스 근절 협조 요청에는 신속 대응한 반면 국내 방심위 등 정부의 요청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글로벌 플랫폼들의 방역 정책 협조가 의무는 아니지만 국내 다수의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심지어 이번 딥페이크 사태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은 과거 N번방 사태 당시에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에 위기 상황마다 우리 정부가 국내 플랫폼에 기대어 온 것과 달리 정작 자국 플랫폼 보호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은 8개가 발의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소수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규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을 필두로 세계적으로 플랫폼 규제 흐름이 일고 있지만 타 국가들이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카드를 내세운 것과는 대조적인 방향이다.

미국의 빅테크를 제외하고 자국 플랫폼을 지켜온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만큼 국가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플랫폼을 보호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네카오의 성장은 위축되고 반사 이익으로 글로벌 플랫폼 등이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방심위가 텔레그램을 시정요청 협력 대상에 공식 등재한다고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글로벌 플랫폼 규제를 역행해 해외 플랫폼에는 느슨하게, 국내 플랫폼엔 강하게 하게 된다면 자국 플랫폼은 빠르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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