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캐피탈업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예상

입력 2009-07-06 11:45수정 2009-07-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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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등급 이하 캐피탈사 사채 발행 여전히 힘들어

국내 캐피탈업체들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올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의 금리 인하 및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활용한 유동성 지원으로 캐피탈업계의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지적됐던 유동성 이슈가 한 고비를 넘긴 모습이나 이 과정에서 자금조달 구조상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될 때 마다 이같은 우려가 더욱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영업을 위한 자금 조달을 대부분 차입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 캐피탈사의 특성상 유동성 문제가 부각될 경우 기존 차입금에 대한 차환이 어려워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두드러졌다는 것.

6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자금시장 사정 개선과 캐피탈사들의 자금조달 욕구가 맞물리면서 공모사채 발행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A등급 이하 캐피탈사들의 공모사채 발행은 여전히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캐피탈업계의 이같은 공모사채 발행 증가는 수요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고수익채권에 대한 매력이 커졌고 공급 측면에서 유동성 관리를 위한 캐피탈사의 현금 확보 욕구가 지속된 데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그러나 BBB-등급 공모사채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가 여전히 700bp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고 유동성 위기를 겪기 이전 70bp 수준이던 A-등급 금융기관채 스프레드와 동일등급 회사채 스프레드와의 차이도 130bp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캐피탈사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와 자금시장 경색도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셈이다.

실제 2008년 4분기 이후 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신규영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캐피탈사의 금융자산규모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캐피탈사의 수익 기반은 상당히 악화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5조원 수준이던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사 포함)의 분기당 할부리스 취급액은 작년 3분기까지 7조원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2조원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작년 4분기부터 캐피탈사의 대손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며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기별 할부리스 취급액 증가와 더불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던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증가 추세가 급격히 둔화됐고 지난해 3분기까지 1100억원대를 유지했던 대손비용은 4분기 23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09년 5월말 현재 현대캐피탈ㆍ신한캐피탈ㆍ기은캐피탈ㆍ외환캐피탈ㆍ우리파이낸셜 등을 포함한 17개사에 대한 분기별 수익성 추이를 분석 결과, 분석대상 캐피탈사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의 40% 내외를 차지하는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대다수 캐피탈사는 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두드러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이번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도 자동차금융자산 위주의 자산 구성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영업위축이 덜했던 반면 나머지 캐피탈사의 수익성을 분석하면 작년 4분기 254억원의 영업적자를 시현하는 등 대손비용 상승에 따른 급격한 수익성 저하를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지속된 캐피탈사의 금융자산 확대가 대출채권 위주로 이뤄졌다는 점 또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자산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일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거액 여신의 경우, 소수의 차주가 부실화되더라도 캐피탈사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완충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면 거액여신 위주로 자산을 확대해왔던 일부 캐피탈 업체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시중 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자산군별로 신용 위험이 차별화되고 있어 유동성 위기를 한 고비 넘겼더라도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자산에 대한 익스포져가 큰 캐피탈사들은 하반기 자산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레버리지가 높은 상황에서 자산건전성 저하는 곧 손실 인식을 통한 자기자본 감소 등으로 이어져 자본완충력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음을 뜻하고 캐피탈사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질 경우, 유동성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금융공공실 선임연구원은 "개별 캐피탈사 입장에서는 자산건전성 관리와 함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신용위험이 높은 자산에 대한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편으로는 특정 자산유형, 거액여신 차주 또는 프로젝트에 대한 신용집중위험을 완화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연구원은 "아울러 자본완충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표 레버리지 수준의 설정 및 증자 등을 통한 적극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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