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폭형 무인공격기(드론) 성능시험을 실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은 것은 24일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략정찰 및 다목적 공격형뿐 아니라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북이 자폭형 무인기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폭형 드론이 새로운 무기는 아니다. 우리 군도 1990년대 레이더 전파를 역추적해 파괴하는 이스라엘제 ‘하피’ 무인기를 도입했다. 새롭게 봐야 하는 것은 하루가 다른 그 전략적 자산 가치다. 무인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현대전을 바꿀 잠재력을 드러냈다. 특히 지상전의 핵심 무기인 탱크의 천적으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신형 로켓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해 승전보를 올리기도 했다. 중동 전역에서도 전방위로 무인기가 출몰하고 있다.
북 권력층은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 체계로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호전적 집단이다. 핵·미사일에 더해 자폭형 드론 개발과 대량생산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은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도 불안감을 더한다. 러시아는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중 드론 ‘포세이돈’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사정거리가 1만㎞에 달한다. 이 기술이 북한에 전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북한은 근래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공격, 오물 풍선 살포 같은 저열한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최고 권력의 자질·수준과 무관할 까닭이 없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도, 1988년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세계적 리더 기준에서 본다면 어리고 미숙하다. 이들 눈엔 자멸을 부를 핵전력도, 자폭형 무인기도 한국과 서방 진영에 겁을 줄 신종 장난감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동북아 지정학 물결에 휩쓸려 결정적 오판과 오산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평양 권력이 자발적으로 불장난을 멀리할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 국가 총력전 태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바른 인식이지만 말만 앞세워선 안 된다. 북이 도발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철저하고 완벽하게 안보 기반을 닦는 것이 급선무다. 재래식 전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자폭형 드론과 같은 새 변수에 대해서도 물샐틈없이 대처할 일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강령(정강)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사라졌다는 사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옳은지, 공포의 균형을 어찌 맞출지 거듭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북의 새 드론 공개가 우리 안보 태세를 강화하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면 입에는 써도 몸에는 좋은 양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운명과 무관한 구경거리로만 여기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 수도 있다. 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유비무환의 덕목을 거듭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