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동 인권 보고서 ② 아프리카上] 어린이 미래 울리는 학습 빈곤…빈곤·폭염·쿠데타에 심해지는 교육 격차

입력 2024-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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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방진호 선교사 본지 인터뷰
“자녀 학교 진학과 주거비 지불 중 택일해야”
기후위기로 학교 관두거나 휴교령 떨어지기도
치안 불안에 중·서부 학교 1만3200곳 문 닫아
“학교서 보내는 시간 줄수록 교육 격차 확대돼”

▲우간다 캄팔라 부나마야 마을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방진호 선교사 제공

우간다 아이들의 현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림자 아이들’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하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너무 많다 보니 개개인이 귀하게 여겨지기보다는 그림자처럼 무리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 외곽 부나마야 마을에서 외국인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방진호 선교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현지 아이들은 열악한 가정환경, 의료 혜택, 교육 수준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가 그렇듯이 우간다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다. 올해 인구조사 예비 결과에 따르면 우간다는 0~17세 아이들이 전체 인구의 50.5%(2310만 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 선교사는 우간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학교 교육’을 꼽았다. 아이 수가 많은 만큼 학교 관리나 진학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방 선교사는 “정부에서 교육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아이들이 많은 만큼 교육기관 의존도가 공립이 아닌 사립에 많이 집중돼 있으며, 동네마다 넘쳐나는 사립학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이 하나당 1년에 한화로 30~50만 원의 학비가 필요한데, 한 가정에 아이들이 너무 많은 데다가 부모가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진학에 어려움이 있다”며 “한 가정당 보통 4~8명의 아이가 있는데 학교(O레벨) 진학은 가정당 2~3명, 고등학교 (A레벨) 진학은 가정당 1명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며 “여러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모든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은 우간다만의 문제가 아닌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문제다. 모든 아이에게는 포괄적이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본적 권리가 있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은 ‘학습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전 세계에서 학습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10세까지 간단한 이야기 하나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가 10명 중 9명에 달한다. 셸리 캘러한 국제어린이재단 개발 이사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가정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과 주거비나 공과금을 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간다 캄팔라 부나마야 마을 아이들이 모여 있다. 방진호 선교사 제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변화, 쿠데타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받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 지역에 닥친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절정에 달했을 때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역에서는 총 270만 명의 어린이가 학교를 그만뒀다. 올해 3월에는 더위로 인해 수단에서 220만 명의 학생에 휴교령이 떨어졌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를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는 셈이다. 유엔 환경계획에 따르면 온실가스의 약 80%는 주요 20개국(G20)으로부터 나오지만 피해의 75%는 가난한 국가에 집중된다.

쿠데타와 치안 불안으로 문을 닫는 학교도 많아졌다. 에듀케이션인이머전시워킹그룹에 따르면 중서부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4년 새 학교 폐쇄 건수가 두 배로 급증했다. 이 지역 8개 국가에서 문을 닫은 학교 수는 총 1만32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중앙 사헬 지대(사하라 이남 경계 지대)의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2019년과 지난해 사이에 문을 닫은 학교 수는 1700개에서 9000여 개로 6배 가까이 폭증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4분의 1인 6100개의 학교가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가난, 폭염,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한 학습 빈곤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육 격차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시 굿맨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지구 온난화는 특히 열대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열대 개발도상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선진국과의 교육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에 관한 보도가 매년 쏟아지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로 가정이나 교육시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국한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선을 넓히면 내전과 쿠데타, 국가 간 전쟁으로 인해 학대를 당하는 전 세계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를 잃거나 팔다리를 절단하거나 길가에 방치되는 등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우리 대부분 이러한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다.

한국은 세계 곳곳의 이러한 문제로부터 동떨어진 곳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국가와 대륙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상황에서 더는 그저 남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게 됐다. 아울러 한국도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가정 폭력으로 고통에 빠진 어린이들이 많다.

이에 본지는 한 주간 전 세계 아동이 겪는 학대와 피해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군사 쿠데타로 얼룩진 미얀마와 여기에 빈곤, 기후변화까지 맞물린 아프리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을 겪는 팔레스타인에 거주 중인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동학대의 실태와 해결 방법을 살펴본다.

한국에 대해서는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인 아동 학대 의심사례 신고자 보호가 유명무실하게 된 이유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순서

① 미얀마: 쿠데타 이후 3년 반…길 위로 내몰린 아이들
② 아프리카: 어린이 미래 울리는 학습 빈곤…폭염·빈곤·쿠데타에 심해지는 교육 격차
③ 팔레스타인: 영안실 트라우마에 냉장고도 못 여는 아이들
④ 우크라이나: 전쟁 속 아이들 목소리를 담는 사람들
⑤ 한국: 갈 길 먼 아동 인권…사회는 ‘선진국’, 가정은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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