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도 안 통하는 '액면분할' 마법...주가는 지지부진

입력 2024-08-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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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마법 실종…미 시장 월마트 제외하곤 모두 부진
한국도 액면분할 기업 주식 대부분 부진…거래정지 종목도 나와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투데이DB

한때 주가 상승 보증수표로 통했던 ‘액면분할’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 통상 액면분할 시 주당 가격이 낮아져 직후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치솟는 등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액면분할을 한 종목들도 대부분 지지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시장에서 액면분할을 선택한 회사는 치폴레, 엔비디아, 월마트, 브로드컴,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이 있다. 이 중 월마트를 제외한 종목들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특히 치폴레의 경우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비율인 50대 1로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이에 시장에서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고, 액면분할 발표 다음 날 주가도 급등했다. 그러나 실제로 액면분할 주식이 거래된 날(6월 27일)부터 주가는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해 20일(현지시간) 첫 거래일(62.41달러) 대비 10달러가량 빠진 51.94달러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회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5월 24일 10대 1 비율의 액면분할을 발표한 바 있다. 회사 상장 이래 여섯 번째 액면분할이다.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2021년 4대 1 비율의 액면분할에선 분할 발표 후 주가가 30%가량 올랐으나 이번 액면분할의 경우 첫 거래일(6월 10일) 종가 121.79달러와 20일 마감 종가(127.25달러)는 4% 남짓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브로드컴,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도 액면분할 후 주가가 내렸거나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최근 매우 불확실한 하반기 상황에서 방어주인 월마트를 제외하곤 액면분할을 단행했더라도 시장의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식분할 결정을 공시한 기업 중에서 액면분할 신주 상장이 끝난 상장사는 12개로, 이들 종목 중 인카금융서비스를 제외한 11개 종목은 모두 주가가 하락세다. 하락률도 20%가 넘는다. 분할절차를 밟고 있는 나머지 6개 종목도 하락하긴 마찬가지다.

이차전지 열풍의 주역이었던 에코프로는 지난 3월 28일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보통주 1주의 액면가를 기존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5분의 1이 되면서 주식 수는 5배로 늘어났다.

회사에선 액면분할로 유동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주가 부양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까진 효과는 없어 보인다. 액면분할 적용 기준 3월 28일 장중 13만60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8만5000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이 밖에도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동화기업 △신흥에스이씨 등의 주가도 크게 내렸다. SGA와 디에이테크놀로지의 경우 거래 정지까지 당했다.

한편, 액면분할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1주의 가격이 너무 높아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느낄 수 있는데, 액면분할을 시행해 주가가 낮아지면 소액 투자자들도 부담 없이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S&P500 지수, 나스닥 지수와 함께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다우평균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다. 다우평균은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특정 종목의 주가가 너무 높으면 지수가 왜곡될 수 있어 주가가 높은 종목은 다우평균에 들어가기 어려워 액면분할을 시도할 수 있다.

액면분할을 시행해 주식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원래의 기업가치는 달라지지 않으나 주당 가격이 낮아져 저렴해졌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어 통상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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