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온라인 플랫폼 옥석 가릴 때 됐다

입력 2024-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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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자산의 사업 확장성도 크지만
외부자금 끊기면 한순간에 무너져
티메프사태 계기로 허실 구별해야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인한 피해가 커지며 재발방지를 위해 이커머스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플랫폼이 정산대금을 유용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비롯한 스타트업들은 천편일률적인 규제가 유망한 중소형 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을 억제하고 투자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밝혔다. 대립하는 주장들에 관해 논의하기 전에 먼저 플랫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세상에 등장한 가장 특징적 비즈니스 모델이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컴퓨터 산업에서는 ‘온라인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을 지칭한다. 플랫폼의 사업화는 온라인에서 수많은 참여자와 사용자 간에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런 상호작용은 단건 거래를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 모델에서 장기 성과를 공유하는 구독경제와 같은 협력 모델을 포함한다.

단건 거래는 이커머스, 숙박중개, 항공권 예약, 차량공유, 음식배달 등의 플랫폼이 수행한다. 장기 구독은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정해진 기간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넷플릭스의 OTT 서비스가 대표적 예이다. 국내에서는 월 일정 회비를 내면 약 5만 종의 전자책을 무제한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라는 플랫폼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르는 테크기업들은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 속한다. 이커머스의 아마존, 앱 마켓의 애플, 검색엔진의 구글, 소셜 커뮤니티의 페이스북, 숙박공유업의 에어비앤비, 공유차량의 우버, 음악산업의 스포티파이 등으로 쟁쟁하다.

핵심 사업의 분야는 달라도 본질적으로 플랫폼은 여러 유형의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가치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접점(interface)을 제공한다.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한 공간으로 모아 대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초월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다면적 중개가 가능하다.

배달 플랫폼은 소비자와 음식점뿐 아니라 배달대행사, 배달 라이더, 카드사, 광고사 등도 플랫폼 안에서 서로 연계되어 활동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한 사업에서 시작해 여러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플랫폼 기업은 유형자산이나 물리적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 고객정보, 거래데이터 등의 무형자산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찌 보면 플랫폼 자체가 자산이다.

무형자산은 규모가 늘어나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반면, 그 가치는 승수적으로 증가한다. 가상공간에서의 무형자산은 설비투자와 원자재 수급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며 규모가 커질수록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으며,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표준화되어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논리에 따라 급속히 사용자 기반을 늘리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 성공의 비결이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플랫폼의 확장전략을 ‘플라이휠(Fly Wheel)’이라 불렀다. 한번 돌아가면 관성이 붙어 회전력을 유지하는 ‘플라이휠’처럼 사업 초기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늘어난 소비자를 바탕으로 입점하는 판매자를 늘려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효율성이 높아져 고정비용을 낮추고 가격을 더 낮춰 더 많은 소비자를 모을 수 있다.

온라인 전자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플라이휠’ 전략을 활용해 지금은 40여 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한 마켓플레이스를 이룩했다. 이처럼 성장하는 20여 년 동안 아마존은 한번도 이익을 내지 않았다. 오랜 기간 적자를 보면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비결은 외부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한 것에 있다. 사실 플라이휠은 자본의 힘으로 돌아가는 풍차이다. 자본이 떨어지면 멈출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사업이란 돈을 벌어야 한다. 이익을 내지 않는 성장성은 무한하지 않다. 외부 자금의 유입으로 확장을 추구하는 플랫폼 모델에서 투자금이 끊기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쿠팡은 지금도 분기 매출이 10조 원을 넘지만 변변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일 뉴욕증시에 상장하지 못했다면 티메프와 같은 처지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실물경제에서 물리적 자산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은 부실이 발생해도 기본적인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채무조정이나 회생이 가능하다. 하지만 플랫폼은 가동을 멈춘 순간 무형자산의 잔존가치가 사라져 회생이 어렵다.

티몬과 위메프와 같이 이커머스 플랫폼이 부실해지면서 플랫폼의 허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무조건 투자금이 몰리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도 성숙기에 접어들며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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