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그룹·이화전기·제넨바이오·뉴지랩파마 등
기업 존속 증거 미확보·재무제표 미공개 등 원인
주가조작 의혹 삼부토건, ‘의견 거절’로 거래 중지돼
올해 반기보고서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기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가까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상장 폐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년 연속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아 상장 폐지 위험도가 매우 높은 곳은 22개사로 파악된다. KH그룹은 그룹사 모두 2년 연속 비적정 의견을 받았고,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진 삼부토건도 지난해 한정의견에 이어 최근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거래가 중지됐다.
18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코스피·코스닥 기업 중 반기보고서 감사의견 비적정기업(범위제한 한정·부적정·의견거절)은 총 64개사(코스피 13개·코스닥 51개)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64.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반기보고서 비적정 기업은 총 39개로, 코스피가 7개사, 코스닥이 32개사였다.
전년에 이어 두 해 연속 비적정 의견을 받으며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진 기업은 KH건설, KH미래물산, KH필룩스, 노블엠앤비, 대산F&B, 뉴지랩파마, 버킷스튜디오, 비덴트, 세원이앤씨, 셀리버리, 셀피글로벌, 시스웍, 아이에이치큐, 이아이디, 에이티세미콘, 이화전기, 인바이오젠, 장원테크, 제넨바이오, 코다코, 테라사이언스, 푸른소나무 총 22개사다.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인 기업은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상 코스피 상장사는 부적정 또는 의견 거절을 받거나 2년 연속 한정 의견이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는 비적정 의견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상장폐지 대상이다.
비적정 의견의 대표적인 원인은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이었다. 감사를 맡은 회계 법인이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증거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검토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의견을 도출하지 않은 것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KC코트렐, 국보, 대유플러스 등이 해당 원인으로 '의견 거절'을 받았다.
재무제표를 입수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인바이오젠은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재무상태표에 총자산의 89%에 달하는 1391억 원을 계상하고 있으나, 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중요한 관계기업의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회사가 표시하고 있는 관계기업투자주식의 가액 및 관련 손익과 자본에 관해 수정이 필요한지를 결정할 수 없었고, '의견 거절'을 표명했다.
KH그룹사(KH건설, KH미래물산, KH필룩스, 장원테크, 아이에이치큐)는 그룹사 모두 2년 연속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KH그룹은 상장사가 전부 거래 정지인 상태에서 대양금속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업종이 비슷한 대양금속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 인수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진 삼부토건도 지난해에 이어 비적정 의견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감이 커졌다. 14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반기보고서를 통해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삼일회계법인은 삼부토건에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부토건의 연결 기준 상반기 영업손실이 409억 원, 당기순손실이 516억 원에 달한 점, 또 6월 말 기준 결손금이 2567억 원인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삼부토건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422%이며 1년 내 만기 도래 단기차입금도 1712억 원 규모다. 삼부토건은 지난해에는 감사를 맡았던 대주회계법인으로 한정의견을 받은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삼부토건을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 46조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 주식 매매를 정지시켰다. 관리종목은 △상장회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유동성이 없을 때 △제대로된 재무제표를 갖추지 못할 때 △영업실적의 지속 악화로 부실이 심화돼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을 때 지정된다.
삼부토건은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삼부토건은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당시 포럼에 초청되면서 재건 사업에 참여할 거란 기대감을 모았다. 야권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주작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한 단체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가 나온 후 거래량과 주가가 급등했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지적하고 있다.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인 디와이디도 14일 반기재무제표 검토보고서를 통해 예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예일 회계법인은 관계기업투자에 대한 검토범위 제한을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