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갈 30년 늦추는’ 연금개혁…머리 맞대보라

입력 2024-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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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세대 형평성을 강화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것이란 보도가 어제 나왔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국정브리핑을 통해서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질 경우 기금의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30년 이상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개혁안은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된 모수개혁안(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과 다르다. 지난 21대 국회는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4%로 올리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그러나 ‘채상병 특검’ 정국에 휘말려 마무리는 못 했다. 22대 국회도 논의 재개를 위해 채널을 가동하고 있지만 한계 또한 명확하다. 여야가 21대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해도 최대 쟁점인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기존 대안은 기금 소진 시점을 7∼8년 늦추는 데 불과하다.

새 개혁안은 구조적인 틀을 바꾸는 방안이 담긴다. 젊은 세대는 덜 내고 연금 수급을 앞둔 세대는 많이 내도록 한다.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하기로 하면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p), 청년층은 0.5%p씩 올려 목표 도달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미래 수급자인 청년들이 불안감을 덜 수 있는 안전핀도 마련한다. 인구·경제 여건 변화로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급액을 줄이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분의 2가 이미 적용하고 있는 보편적 제도다. 우리 사정에 맞게 잘 손질한다면 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 개혁은 발등의 불이다. 현행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2027년에는 보험료 수입(64조3535억 원)이 연금 급여 지출(67조6071억 원)보다 적어진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라는 불안 요인도 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지난달 10일 기준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한다. 초고령사회 진입 비율까지 0.5%p도 남지 않았다. 국민연금 수령액 감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연금을 앞당겨 받는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55년 기금 고갈 시점마저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변수들이 넘쳐난다.

연금개혁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그 누구도 쉽게 풀 수 없는 현대판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역대 정부도 변죽만 울리기 일쑤였다. 윤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식에서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하게 만들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정치적 부담이 크다 해도 칼을 뽑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길을 그렇게 잡았다면 정부안을 잘 다듬고 국회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거대 야당은 선(先) 정부안 제시를 줄곧 요구해 왔다. 그래 놓고도 트집이나 잡으려 들면 국민은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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