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與는 경축식, 광복회·野는 자체 기념식...‘쪼개진 광복절’[종합]

입력 2024-08-15 15:17수정 2024-08-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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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종로서 광복절 경축식
광복회·野 백범기념관서 별도 기념식
우원식 국회의장, 광복절 경축식 불참
韓 “나라 갈라져 보이게 해...대단히 유감”
민주 ‘역사쿠데타 저지 TF’ 구성

▲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날 광복회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하며 정부 주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을 선언하고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민통합의 장이 돼야 할 제79주년 8·15 광복절 행사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뉴라이트’ 논란에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회와 야당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각각 별도의 행사를 열었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 단체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는 15일 오전 10시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관련 기념사업회 및 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했다.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 6당도 광복회가 주관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개별 의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광복회 측은 “주최 추산 실내 500명, 실외 2000명의 인원이 왔다”고 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자체 기념식을 개최한 이유를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주어야 했다”며 “이것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며 김 관장 임명을 비판했다. 청중은 “옳습니다”, “맞습니다”를 외치며 박수로 호응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 관장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자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4일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정부 경축식뿐 아니라 광복회가 주관한 광복절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개혁신당도 허은아 대표를 제외한 천하람·이주영·이준석 의원 등은 경축식에 불참했다. 이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정부·여당 기조가 정상이 아니다”며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유감을 표명했다. 한동훈 대표는 경축식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인사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광복절은 우리 국민 모두의 축하할 만한 정치 행사”라면서 “이렇게 불참하신 것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견이 있으면 여기에 와서 말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불참하면서 마치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광복회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하며 정부 주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을 선언하고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등 야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더 나아가 ‘반쪽짜리’ 광복절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친일 논쟁으로 옮겨붙었다. 민주당은 이날 광복절 기념식 참석에 앞서 백범김구기념관 앞에서 ‘친일·반민족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을 벌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나라를 통째로 일본과 친일 뉴라이트에 넘기려는 음모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과 순국 선열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 역사 쿠데타 저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범국민적 저항운동도 전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인가, 아니면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일제 밀정 같은 자들을 요직에 임명한 ‘왕초 밀정’”이라고 지칭하며 “친일 밀정 정권 축출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 야당이 ‘친일몰이’, ‘역사팔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경축식 불참은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훼손하고 국가 경사인 광복절을 스스로 반쪽짜리로 만들어버리는 행위”라며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식의 ‘역사 팔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강승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건국절 논란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민주당의 억지”라며 “윤 대통령은 1919년 3·1 운동부터 여러 독립운동이 있었고, 1948년 남한 정부 수립 등을 포함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 건립의 과정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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