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인식 부족 외국인에 전담 설계사도 태부족[200만 보험 사각지대]

입력 2024-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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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100명 중 2명은 외국인
영업 조직 작고 보험 인식 낮아
업계 "선뜻 투자하기 힘들어"
저비용 고효율 전략 모색 필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언어가 부족한 데다 의료 사각지대까지 넓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고객군에 속한다. 문제는 이들을 상대할 영업조직이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외국인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만큼 가입 유치도 내국인에 비해 더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커지는 외국인 보험 시장은 개척해야 될 ‘신 시장’이 분명하다. 외국인 보험 분야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의 외국 국적 전속 설계사는 5월 말 1969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주요 손해보험사 6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는 1426명이다.

이들을 다 합치면 3395명으로, 2년 전 대비 30.0% 증가한 수치다. 전체 설계사가 18만3899명인 것을 고려하면, 100명 중 1~2명 만이 외국인인 것이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무작정 외국인 설계사 조직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시장의 수익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나 문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돼야 하고 본사와 설계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 인력도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비용이자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외국인의 국내 보험 수요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단순 여행, 방문 목적이 아니라면 주로 취업비자나 학생비자를 통해 들어오는데 이들은 이미 보험을 들고 온다”며 “여행 등 단기 방문 목적이어도 출국 전 자국에서 해외여행자 보험에 미리 가입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불법체류자는 보험 가입에 필요한 외국인등록번호가 존재하지 않아 대상에서도 제외돼 보험에 가입하려는 외국인 고객 자체가 적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부 국가에서의 보험을 필수적이지 않거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인식도 걸림돌이다. 기업평가기관인 베트남리포트에 따르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 대비 보험가입률은 2.3~2.8% 수준으로 세계평균 6.3%에 비해 크게 뒤처져있다. 베트남리포트는 “이는 베트남 소비자의 보험 인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손해율에 대한 걱정도 있다. 국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가입자들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외국인 실손보험 손해율은 2022년 말 95.8%에서 지난해 7월 104.3%로 8.5%포인트(p) 상승하며 1072억 원의 손해액이 발생했다. 실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국 건강보험과 민영보험 빼먹는 법이 주요 정보 콘텐츠로 공유되기도 했다.

잠재력은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는 아직 의문부호가 붙어 있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장 진입과 영업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인공지능(AI) 등 기술 활용과 비대면 채널 활성화를 통해 비용 절감하고 영업효율은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외국인도 판매 채널의 비대면화가 진행 중”이라며 “비대면화에 대응하고, 언어적·문화적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보험 가입 채널을 확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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