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자본확충 사활…코코본드 발행 러시

입력 2024-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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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아닌 자본으로 분류 이점
5대 금융 부실지표 최악
BIS비율 하락…코코본드 찍어 자본확충
선순위채권 대비 높은 이자 부담 우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속속 코코본드(상각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관리에 나서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달 말 2700억 원 규모로 코코본드(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운영자금에 500억 원을, 채무상환자금에 2200억 원을 사용한다.

신한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3400억 원, 27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도 6월 말 3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코코본드는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어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본확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코코본드는 변제 순위가 선순위채권보다 뒤로 밀리기 때문에 등급이 두 단계 정도 낮게 책정된다. 더 높은 금리를 매겨 투자자에게 많은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지주가 코코본드 발행을 늘린 이유는 금융당국이 자본확충을 강화하라는 주문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사에 자본 여력을 확충할 것을 요구해왔다.

현재 고금리 여파로 그룹 여신 자산의 부실 위험은 높아진 상황이다. 올해 2분기 5대 금융지주의 총여신(2002조4354억 원) 대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2%로 2019년 1분기(0.63%) 이후 가장 높았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고정이하여신은 약 12조393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핵심 자본적정성 지표 중 하나인 BIS 비율도 하락했다. BIS비율은 금융사가 위험가중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흡수능력이 크다는 걸 뜻한다.

올 2분기 5대 금융지주의 BIS비율은 15.95%로 지난해 말(16.02%) 대비 하락했다. KB금융이 16.63%로 가장 높고 △농협금융 16.25% △우리금융 16.0% △신한금융 15.8% △하나금융 15.09% 순이었다.

현재 5대 금융지주들의 BIS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 13%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선제적으로 자본비율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제는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이 재무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순위채권 대비 높은 이자 부담으로 투자자에게 많은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코코본드나 영구채 발행을 준비하는 금융지주가 늘고 있다”며 “신용도 높은 금융사들이 발행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없지만, 발행 물량이 쏟아질 경우 공급 물량 증가로 금리가 다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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