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태국 시장 본격 진출…아세안 패권 놓고 韓中日 격돌

입력 2024-08-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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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의 아이오닉 5 조립라인.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태국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며 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태국은 기존 패권을 쥔 일본 업체와 새롭게 부상한 중국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현대차가 참전하면서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을 두고 한·중·일 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태국 내 전기차·배터리 조립 시설에 10억 바트(약 386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공장은 수도 방콕 남동쪽 사뭇쁘라깐주에 위치하며, 현지 업체 위탁 제조 방식으로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태국 현지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태국은 현대차의 불모지로 불릴 정도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그러나 태국이 동남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동남아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8.7%에 달했다.

태국 정부는 자국을 ‘아세안 전기차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인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자동차 생산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 투자 기업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태국 내 전기차 생산이 의무화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의 공장 건립 배경으로 보인다. 태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EV 3.5’에 따라 2026년부터는 수입 차량 1대당 2대 비율로 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2027년에 생산을 시작하는 경우 1대당 3대 생산 비율이 적용된다.

현대차가 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일본과 중국 업체와의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태국은 기존 도요타와 혼다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 업체의 ‘텃밭’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그러나 전동화 전환 국면을 맞이하면서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의 공격적으로 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올해 1분기 태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 비와디(BYD)의 점유율은 46%에 이른다. BYD가 지난달 태국 방콕 남부 라용 지역에 연산 15만 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면서 장악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산하 아이온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는 기존 인도네시아 공장을 비롯해 새롭게 건설하는 태국 공장을 주축으로 아세안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전기차 일괄 완성체계를 구축했다.

아세안은 인구 7억 명으로 차세대 자동차 시장 수요를 책임질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 내 자동차 판매량은 335만 대에 이른다. 구매력을 가진 젊은 소비자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자동차 지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도를 높인다.

태국 공장 설립으로 현대차의 ‘아세안 벨트’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베트남 닌빈성에 생산합작법인(HTMV)을 설립한 데 이어 2022년 9월에는 HTMV 2공장을 준공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싱가포르 서부 주룽 혁신지구에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지로 활용할 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구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이 과거 일본 업체들의 텃밭으로 불렸지만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일본차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전기차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동남아에서의 생산능력 확대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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