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의료기기 등 예방·진단·치료 전 분야로 영역 확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중소·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의료기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질병 예방과 진단·치료까지 질환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커서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17일 성우전자와 신성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유한양행과 성우전자는 헬스케어 분야 사업 가운데 화장품·의료·미용기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 기업은 성장 중인 더마코스메틱 및 의료·미용기기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9월 플루토와 강아지, 고양이를 위한 관절건강 의료기기 ‘애니콘주(AniConju)’ 판매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애니콘주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olynucleotide, PN) 성분으로 구성된 동물용의료기기로 골관절염이 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주사제다.
마데카 프라임, 마데카 프라임 탱글샷 등 뷰티 디바이스(피부미용기기) 라인업을 보유한 동국제약은 올해 5월 중소형 가전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위드닉스’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동국제약은 위탁생산 체제로 시작해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미용기기 사업이 연구개발(R&D), 생산 역량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약은 2015년 론칭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의 성공을 바탕으로 2023년 미용기기 ‘마데카 프라임’을 출시하며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기존 제품들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미용기기 및 소형 가전 분야에서도 새로운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확장도 늘고 있다. 한독은 웰트와 협업하고 있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 처방을 올해 6월부터 시작했다. 슬립큐는 통합심사평가 1호 혁신의료기기 중 하나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불면증 치료기기다.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면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수면 패턴을 이해하고 불면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게 된다.
슬립큐는 인지행동치료의 한계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환자 치료 참여와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허가 임상 시험결과에서 수면 효율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진 한독 회장은 “혁신은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슬립큐는 디지털 기술로 의료진과 환자에게 개선된 이점을 제공하고 현재 매우 낮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참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편두통 완화 웨어러블 기기 ‘솔루메디-M’을 올해 4월 출시했다. 솔루메디-M은 전자역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뉴아인’이 개발한 제품으로 동아제약이 지난해 국내 독점 판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CE의 의료기기 인증 및 국제 표준인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인증 ISO13485를 획득하며 효과와 안전성 검증도 마쳤다. 이마에 붙여 이마 주변에 있는 삼차신경에 미세전류를 자극함으로써 신경조절작용을 일으켜 편두통 완화 및 발병빈도를 감소해 주는 기전이다.
업계는 제약기업 특성상 신약개발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사업 다각화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과거처럼 의료기기 등 관련 제품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기존 기업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관련 시장 규모도 성장인 만큼 앞으로 전망도 밝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0조7270억 원으로 2022년 대비 9.7%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7.5% 증가했다. 또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2년 3244억 원에서 2023년 4099억 원으로 늘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처음부터 제품을 연구·개발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기존 영업망을 통해 수월하게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의료기기 사업 활성화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 성장동력으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을 노린 제약사들이 많았지만 이미 충분히 레드오션이었다”면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의료기기 관련 사업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