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한파'에 카드론 잔액 역대 최고…불황형 대출 '불티'

입력 2024-07-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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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보험약관대출·자동차담보대출 수요 역대 최대
은행·저축은행 대출문 좁아진 영향
중·저신용자 돈 빌릴 곳 없어…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올해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이 20조 원 넘게 늘어나면서 2금융권으로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에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부담이 겹치며 ‘불황형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자금수요는 늘어나는데 은행 등 1금융권이 대출을 바짝 조인데 따른 것이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6059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5월(40조5186억 원)보다도 873억 원 늘었다. 1년 전(37조6171억 원)과 비교하면 2조9889억 원(7.95%) 증가한 수치다.

카드론은 별도 심사 없이 36개월까지 연 14%대 중반 수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저신용자가 주로 찾는 대출 형태다.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서 대출이 어려워질 때 늘어나는 특성을 보여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 다시 대출을 받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달 1조7869억 원으로 전월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전년 동기(1조3274억 원)에 비해서는 34.62% 증가했다.

보험약관대출 잔액도 늘었다. 금융감독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68조2000억 원) 대비 2.9% 증가한 70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연속 70조 원대의 역대급 규모를 유지 중이다. 보험약관대출은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별도의 대출심사가 없고 신용점수에 영향이 적은 편이다. 주로 경기가 나쁠 때 수요가 늘어난다.

또 다른 불황형 대출인 자동차담보대출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담대 한도조회는 1484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2만 건)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6월 한 달간 한도조회 건수만 300만 건을 돌파했다. 자담대는 차량만 소유하면 소득조건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어 중·저신용자가 찾는다. 신용대출보다 한도가 많이 나오지만, 금리는 높은 편이다.

대출 수요자들이 불황형 대출에 손을 뻗는 이유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 수요를 받아줘야 하는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인해 여유가 없어지며 대출을 대폭 줄인 영향이 컸다.

심지어 3금융권으로 꼽히는 대부업체마저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자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해 거절당한 비율은 74.1%로 전년(68.0%) 대비 6.1%포인트(p)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압박하고 있어 경기 침체가 해소되기 전까지 불황형 대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더 높은 부담을 지고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저신용자 보호를 위해 20%로 묶어놓은 법정 최고금리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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