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人사이트] 인권 변호사→CEO 변신…‘新권리 개척’ 나선 원의 진화

입력 2024-07-19 06:00수정 2024-07-1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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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유정 ‘법무법인(유한) 원’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

국내 최초 여성 업무집행 대표…가사소송 명가 공신

故 이건희 회장 대리…삼성家 상속분쟁 ‘승소’
신격호 롯데회장 후견인…후견제도 기틀 마련

과거사 리딩케이스 ‘인혁당 사건’…호주제 폐지
지금도 세월호 유족‧고 임세원 교수 ‘공익 변론’

“AI‧ESG 등 新권리 대응…법률 자문 초석 다질 것”

인공지능‧ESG 등 새로운 권리문제, 신사업으로

‘법무법인(유한) 원’은 가사 소송 강자로 통한다. ‘원(ONE)’이란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계기는 삼성가 상속 분쟁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 측을 대리해 승소하면서다. 특히 법무법인 원에서 설립한 사단법인 선은 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지정돼 한국과 일본에 있는 막대한 재산을 관리하면서 가족‧상속법 분야 명성을 굳혔다.

신격호 한‧일 롯데 총괄회장 한정후견인 자격으로 서울가정법원 담당 재판부와 함께 제반 법률적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 가면서 후견제도 기본 틀을 설계한 주인공이 이유정(사법연수원 23기)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다.

▲ 이유정 ‘법무법인(유한) 원’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달 말 구성원 회의를 통해 이달 초부터 원을 이끌게 된 이 대표 변호사를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본지가 만났다. 기업으로 따지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해당하는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에 여성이 선출된 것은 국내 주요 로펌 가운데 원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이날 “전문성을 확보한 변호사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함으로써 최고 성과를 내도록 조직과 자원을 운용하는 게 경영자가 해야 할 역할”이라면서 “변호사가 소속감을 가지고 파트너로 성장하게 배려하며 성공 기회를 나누는 ‘진화하는 로펌, 고객 중심 로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로펌’을 만들겠다”라고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 이유정 ‘법무법인(유한) 원’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인권 변호사다. 유신정권 당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8명과 생존 피고인들 재심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해 이겼다.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이후 수많은 과거사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에 있어 리딩 케이스가 됐다.

호주제 폐지, 사내 결혼한 남‧여 직원 한쪽을 퇴사시키는 ‘결혼 퇴직제’, 간접 차별, 성매매 여성 선불금 무효 등 선구적인 여성 인권 판례를 많이 남겼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국가배상 청구,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의사자 인정거부 처분 취소소송 등도 담당했다.

▲ ‘법무법인(유한) 원’ 로고. (사진 제공 = 법무법인(유한) 원)

‘ONE’ 발전방향…“사회적 책임 다하는 존경받는 로펌”

이 변호사, 선구적 女 인권 판례 남겨

인공지능(AI)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시 새로운 인권에 속합니다. 예전엔 국가 폭력이나 젠더 차별 등 자유권‧평등권 문제였다면 이제는 기술 발전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신(新)권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경영자로서 새로운 권리에 관심을 두고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권리를 어떻게 행사하도록 할 것인가, 어떻게 권리 간 충돌을 조정하고 해결하며 기본 룰을 만들어 갈 것인가는 여전히 법률가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침해, AI 윤리규제 강화에 대비하고자 이 대표는 ‘인공지능대응팀’을 신설했다. 부장검사 출신 임창국(연수원 31기) 변호사가 인공지능대응팀에서 형사 재판을 주도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정보기술(IT)‧사이버 범죄 전문가로 코인사기, 위조 코인 발행 범죄 등에 변론 경험이 풍부하다.

아울러 원은 씽크포비엘 등 컨설팅업체와 협력해 AI 윤리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는 공동으로 산업 인공지능 국제인증 포럼에 참여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대표는 “유럽연합(EU) 인공지능법이 통과됨에 따라 2026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라며 “위험도에 따라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열거하고 있고, 위반할 경우 거액 벌금을 납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수집‧보관‧관리 절차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 수립과 규정 정비 등에 관한 자문업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개했다.

▲ 이유정 ‘법무법인(유한) 원’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전통적 송무‧자문서 나아가 예방에 초점”

AI 윤리규제 대비…인공지능 대응팀 신설
‘직장 내 괴롭힘’ 고충처리 대행업무 착수
“中企 등 대리…대형 로펌 카운터 파트로”

기업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폭력 등 고충처리 사안에 대해 외부 위탁‧조사하는 ‘고충 상담 신고센터 운영대행 서비스(원 라인)’ 또한 시작했다. 이 대표는 “송무(訟務)만이 아닌 △사전 예방 △시스템 구축 △일상적 관리 △후속 조치까지 새 유형의 법률 서비스로 혁신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ESG 센터에선 기업 임원을 지낸 미국 변호사이자 ESG 전문가 문성후 센터장이 컨설팅과 교육을 책임진다. 공공행정 부문은 박종문(16기)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강서영(변호사시험 2회) 전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을 영입해 헌법적 전문성을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경력을 보유한 지철호(행정고시 29회) 고문 등 전문가 그룹마저 보강했다.

그는 “대형 로펌을 선임하기 힘든 공기업‧중견‧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을 대리해 대형 로펌의 카운터 파트로서 강하고 유능한 로펌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평가하면서 “전통적인 송무 및 자문 업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방에 초점을 맞춘 △회사 내부 절차와 시스템 정비 △직원 교육 △기업법무 중 일부를 위탁받는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법률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유정 ‘법무법인(유한) 원’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이유정 ‘법무법인(유한) 원’ 업무집행 대표는…
△1986년 정의여자고등학교 졸업 △1991년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23기) △2010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1994~1996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1996년 법무법인 자하연 입사 △2007~2009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 △2007~2010년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7~2010년 국민권익위원회(옛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비상임위원 △2011~2017년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2015~2017년 서울특별시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2016~2017년 서울특별시 인권침해구제위원회 위원장 △2024년 젠더법학회장 △2009~2024년 법무법인(유) 원 구성원 변호사 △2024년~ 현재 법무법인(유) 원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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