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은행, 아시아지역본부 없앴다...해외진출 전략 변화

입력 2024-07-17 05:00수정 2024-07-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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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 지원 위해 2017년 설치…동남아 시장 공략 목표
산은 "업무 효율화 위해 해체…아시아 지역서 역할 확대는 지속"

KDB산업은행이 문재인 정부 당시 신(新)남방정책 지원을 위해 설치했던 아시아지역본부를 해체했다. 신설한 지 7년 만이다.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해 만들었던 아시아지역본부를 없애면서 산업은행의 해외 진출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올해 초 아시아지역본부를 해체하면서 9부문 7본부·9지역본부·59부(실)였던 조직을 9부문 7본부·8지역본부·59부(실)로 개편했다.

아시아지역본부는 아시아 진출 한국계 기업의 금융기관 지원센터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말 싱가포르에 설치됐다. 이 곳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신남방정책 지원의 첨병 역할을 했다.

신남방정책은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순방 계기에 처음 선보였다. 사람·평화·상생번영의 가치를 중심으로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다.

당시 산은은 국외 교통, 에너지, 수자원, 스마트 정보통신 등 정부의 신남방정책 4대 중점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아시아지역본부를 출범시켰다. 신남방정책 지원을 위해 산은은 아시아지역본부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무소도 개소했다. 해당 사무소는 현재는 인도네시아 법인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폐기하고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을 새롭게 내세운 것이다.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인도와도 동반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경제·안보·상생정책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시아지역본부는 아시아지역의 해외 점포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아시아 현지 법인이나 사무소가 하는 업무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조직 효율화를 위해 해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남방정책 폐기와 함께 아시아지역 본부가 없어지면서 산은의 해외 진출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산은 측은 신남방정책 정책과 별개로 아시아 시장이 여전히 중요한 시장인 만큼 아시아 지역 기업금융시장에서 산업은행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시아지역본부를 대체하기 위해 홍콩 현지법인 등을 주요 거점으로 영향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법인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일대의 산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최근 유럽시장에서 한국 금융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아시아와 유럽을 양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뉴욕 월가와 함께 세계 금융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런던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최근 산은 런던 지점은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인가를 획득했다. 국내 은행 가운데 RFI 인가를 획득한 곳은 KB국민은행 런던 지점과 싱가포르 지점, 하나은행 런던 지점과 싱가포르 지점,우리은행 런던 지점 등 단 6곳에 불과하다.

또 올해 2월에는 19년 만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정부·국제기구·기관이 발행하는 SSA(Sovereign, Supranational and Agency) 방식으로 글로벌본드 상장을 재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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