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속화 우려”

입력 2024-07-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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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이사 충실의무 확대 ’ 좌담회 개최
韓 기업 저평가, 높은 상속세 등 투자 위축
찬성 측 “사실 왜곡…OECD 방식 따라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15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이사 충실의무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 좌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인협회)

경제계가 최근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 즉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최근 주주권을 앞세운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5일 서울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회사법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사 충실의무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 좌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준호ㆍ강훈식ㆍ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달 5일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 부과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위해 소수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계획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특유의 법ㆍ제도 틀 내에서 주주나 투자자들이 내린 선택의 결과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강 세종대 교수는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등으로 회사가 번 돈을 주주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을 시장이 알기 때문에, 미래 주가 예측에 큰 폭의 할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사업에 투자하려 해도 반기업 정서나 각종 규제로 인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결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저평가하게 한다”고 했다. 새로운 상법 개정안이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종호(왼쪽 세 번째) 건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제인협회)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상법의 근간을 훼손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곽관훈 한국경제법학회 회장(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은 “한국 회사법은 회사와 이사간 위임계약 관계를 준용하므로 이들 두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의무가 발생한다”며 “주주까지 의무 대상으로 포함하면 위임계약의 기본 법리와 모순되는 데다 상법 근간을 훼손시킨다”고 말했다.

또 “회사와 이사회 관계에 주주관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사회적 동의가 있다면 상법 규정을 개정하는 오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며 “현재의 상법 개정안은 자칫하면 법 근본질서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회장은 일본 사례를 들어 이사에게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사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본은 1970년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일본 상법에 일반 규정으로 도입하는 것을 논의했고, 2014년에는 ‘모회사 이사의 자회사에 대한 감독 책임’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두 건 모두 이사의 책임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데 따른 ‘책임 한도 설정’ 문제를 불러와서 결국 무산됐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이사의 경영 판단 행위까지 주주의 이익에 반해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져 '잘못보다 처벌이 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주주권 옹호 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경협 등은 명확한 사실과 법리를 왜곡,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우리가 선진국 제도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거버넌스 원칙’이 자본시장 제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라고 주장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부에서는 상법을 개정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도한 사법 리스크로 기업인들은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 기업 가치를 훼손해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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