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출범 일주일도 안 돼…다이슨, 영국 직원 3분의 1 해고

입력 2024-07-1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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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500명 중 1000여명 감원
글로벌 감축 인력은 미발표
영국 정책 불만 의혹은 부인

▲제임스 다이슨 경. AP뉴시스

영국 가전 제조업체 다이슨이 9일(현지시간)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영국 직원 최대 3분의 1가량을 감원한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한노 키르너 다이슨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빠르게 성장했고,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때때로 글로벌 구조를 검토한다”면서 “그 일환으로 인원 감축을 포함해 회사에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영국 고용 직원 약 3500명 가운데 1000여명에 해고 통지를 전달했다. 영국 연구개발(R&D)센터를 포함한 모든 사업부와, 경영진을 포함한 전체 직급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신임 상무부 장관, 100명 이상 기업 리더 만난 날 발표”

다이슨은 전 세계적으로는 어느 정도 규모로 감원할지는 발표하지 않았으며, 검토는 국가별로 진행될 예정이다.

키르너 CEO는 또 “혁신과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서 “기업과 정신과 민첩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는 다이슨에 새로운 원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중도좌파 노동당이 4일 14년간 집권해온 중도우파 보수당을 누르고 정권을 교체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뤄졌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교롭게도 조나단 레이놀즈 신임 상무부 장관이 100명 이상의 기업 리더들을 모아 우선순위를 정한 날에 발표됐다”면서 “이러한 일자리 감축은 영국에 타격이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 경이 3월 18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헤어드라이어 신제품 ‘슈퍼소닉 뉴럴’ 발표회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다이슨 경이 한국을 방문한 건 2019년 후 5년 만이다. 유진의 기자 jinny0536@

다이슨 경 영국 경제정책 불만 때문?

또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 경의 영국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다이슨 경은 작년 12월 “보수당과 노동당을 대표하는 영국의 현 정치 지도자들이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부의 창출과 성장이라는 말이 더러운 단어가 됐다”고 발언하는 등 정치권에 불만을 나타내 왔다.

작년에는 영국이 높은 법인세와 같은 비참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작년 4월 법인세율을 기존 19%에서 25%로 상향했다.

다이슨은 2019년에는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도 했다. 물론 아시아 시장이 다이슨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싱가포르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점이 고려됐다.

영국이 다이슨의 중요 연구개발(R&D) 단지로서의 지위가 위태롭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다이슨 직원 한 명은 BBC방송에 “R&D 건물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R&D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쫓겨났다”면서 “이 모든 것은 싱가포르 본사 이전 후에도 R&D가 영국에 남을 것이라는 제임스의 약속과는 극명하게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노동당 경제성장 추진에도 타격”

영국 온라인 투자플랫폼 AJ벨의 대니 휴슨 재무분석책임자는 “다이슨이 영국 내 직원을 대규모로 감축한다는 소식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노동당의 경제성장 추진에도 큰 타격”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회사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2019년 이후로 영국 내 사업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면서 “다이슨 경과 그의 회사가 미래를 (영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이슨 측에서는 이번 결정이 영국 총선이 실시되기 전인 5월부터 시작됐다면서 정치적 측면이 아닌 사업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한편 다이슨 경은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날개 없는 선풍기 등 혁신적인 가전제품을 개발했다. ‘21세기 에디슨’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2007년에는 영국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sir)를 받아 ‘다이슨 경’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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