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업영역 확장에 中企 반발

입력 2009-06-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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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해운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져

대기업들이 특정 시장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벗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업무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중소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의 사업영역 확장이 가장 두드러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롯데, 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330㎡(100평) 안팎의 소형 점포 사업에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 상권이 전국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데 따른 것. 이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소형 점포를 활용, '골목 상권'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본력과 영업능력을 앞세우는 대기업들의 세 확장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평균 330㎡ 안팎의 소형 슈퍼마켓 152개를 주택가와 도심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대형마트보다 작고 슈퍼마켓보다는 큰 대형슈퍼마켓(SSM) 110개 점포를 운영 중이고, GS리테일은 대형슈퍼마켓인 'GS수퍼' 117곳을 차려 지난해 8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 1위 업체인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소형 점포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하며 올해 안에 30개 이상의 점포를 개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대기업의 슈퍼마켓 사업을 규제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세력확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기업이 소형 점포사업을 할 때 등록이나 허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규제 법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중소상인과 대형 유통업체 간 합의를 통해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조정제도'를 시행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규제 방안에 대해 대기업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여서 '대기업-중소기업'간 갈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고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정수기 시장은 웅진, 청호, 교원 등 3사가 약 75%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을 군소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33% 수준인 정수기 보급률이 2012년에는 4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기존 업체 제품과의 차별성이 있는 고급 정수기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4월 정수기 4개 모델을 출시한 LG전자는 석 달 만에 2000여 대를 판매해 기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중견 해운물류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전력은 운송비 절감 차원에서 해운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종합 물류회사인 글로비스도 해운업 진출을 본격화할 태세다.

대형 화주 업체들이 해운업 진출 움직임에 대해 기존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해운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며 "철광석 수송 전문선사와 철강재 수송 중소선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져 해운산업 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는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한편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장으로 중소기업의 사업 악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과거 중소업체들의 사업 분야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제한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2006년 12월 완전히 폐지된 이 제도를 부활시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업체들의 영역 확장을 일정 선에서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려면 고유업종제 같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어떤 업종에서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여주는 것이 자본주의적 가치에 들어맞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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