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에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기 전 자진 사퇴한 가운데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가 "시작부터 끝까지 독임제 기구처럼 2인 체제로 운영하다 물러난 것이 문제다. 대통령의 방송장악을 위한 기이한 형태의 편법 운영"이라며 사퇴가 반복되는 방통위의 상황을 지적했다.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냈던 김 교수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3개월, 김 전 위원장은 6개월 만에 사퇴했다.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의 자리를 이렇게 가볍고 명분 없이 물러나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를 5인 합의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방송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 합의 정신을 가장 중시한다"며 "특히 주요 의사결정이 있으면 5인 전원이 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3년 임기 동안 이런 원칙은 준수됐음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통과 민주주의 원리에도 2인 체제는 어긋난다. 김 전 위원장도 불가피한 2인 체제라고 말하면서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며 "공적 조직임에도 헌법 정신을 어기고 사조직처럼 독임제로 운영해 민주주의 전통과 가치를 훼손한 점이 정치적인 쟁점을 계속 가져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해임 처분에 효력 정지 결정이 난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 판결문에서 '위원 2명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임명 처분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방통위법과 방문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한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결문에서도 2인 체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측에서 과거 로펌 두 곳에 2인 체제의 문제에 관해서 법률 자문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방통위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외부의 로펌으로부터 의견을 받는데, 절대로 단정 지어 얘기하지 않는다. 자문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자문일 뿐"이라고 맞섰다.
이어 "17년도에 3인이 의결하는 상황에 로펌의 자문을 받았는데 그때 3인이 하는 의견도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주요 정책 결정은 반드시 전체 회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2인 체제는 말해 무엇하겠냐"라며 "내가 방통위에 있었다면 2인 체제는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되지 못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야당 추천을 하지 않아 2인 체제로 유지 중이라는 여권의 입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당시 위원으로 추천했고 저희도 후임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6, 7개월 동안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차기 위원장의 자격에 대해 김 교수는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해 국회의원 출신이나 공천신청 유경험자 같은 직접적인 정치권 인사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위원 중에서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위원장은 방통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고 회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인사인데 정치권 인사를 데려다 놓고 정치로부터 독립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