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초안 보완 막바지 작업 돌입
금융당국 조기 안착 위해 인센티브 냈지만
"제출 시점부터 CEOㆍ임원 제재 부담"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까지 총괄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가 3일부터 시행되면서 도입 첫 타자인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준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법정 제출기한 이전인 내년 1월 2일까지는 책무구조도를 미리 제출해도 제재하지 않기로 했지만, 은행권은 시기를 놓고 심사숙고에 들어간 분위기다. 제출 시점부터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책무구조도 제출을 꺼려 했지만, 당국이 당근책(인센티브)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도입 시 CEO의 관리책임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은 책무구조도 초안을 완성하고 내부 임직원의 의견을 받아 수정·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이달 3일 시행되고 나서 유예기간 6개월 이후인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로 책무의 상세내용을 기술한 문서인 ‘책무기술서’와 임원의 직책별 책무체계를 일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도표인 ‘책무체계도’로 작성해야 한다.
KB금융그룹은 현재 은행과 지주사의 책무기술서 초안을 완성해 임직원에게 배포했고, 임원 인터뷰, 실무자 면담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 중이다. 신한금융그룹도 책무구조도가 초안대로 시행됐을 때의 부작용, 효과 등에 대한 부서장급의 의견을 수기로 모으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앞서 2월 지주사 책무구조도 초안을 완성해 부서별로 피드백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본부 내 전 부서 기획담당자 또는 준법감시담당자가 임원별 ‘책무’를 도출 중이다. 책무구조도 초안이 구성되는 대로 각 그룹의 준법감시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책무 확인을 위한 전산화 구축 작업도 진행한다.
우리금융그룹은 개정 지배구조법령, 감독당국 가이드라인 등을 반영해 지주사와 은행의 책무구조도 초안을 업데이트 중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초 지주사의 책무구조도 초안을 완성하고 임원 전체와 3급 이상 관리자급 전원 등을 대상으로 1차 중간보고를 마쳤다. 비교적 업무 범위가 넓은 은행 역시 법령 검토 등 막바지 보완 작업에 돌입했다.
주요 금융그룹,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초안을 완성해 점검 단계에 접어들었거나 완성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제출 시기와 관련해서는 시기를 신중하게 조율 중이었다. 자칫하면 강화된 내부통제 관리 조치 아래에서 제재를 받는 첫 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빠르게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금융사에 대한 당근책을 내놨다. 시범운영 기간을 도입하고, 이 기간에 참여하는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강영수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시범운영 기간에는 임원 등을 제재하지 않는 형태로 운영하려 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확정해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시범운영 기간이더라도 무조건적인 면책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며 “인센티브가 있어도 도입을 서두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어떤 인센티브가 CEO의 책임소재를 묻는 것의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크겠는가”라며 “이달 중순 은행연합회에서 모범사례 취합이 끝나면 당국의 해설서 등과 함께 참고해서 (책무구조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이날까지 은행연이 마련한 ‘내부통제 관리조치 모범사례’와 관련해 각 은행의 의견을 취합한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연은 이달 18일께 설명회를 열고 전 은행권에 적용될 수 있는 내부통제 개선안, 내부 제재 수준 등을 확정해 가이드라인의 형식으로 안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