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퇴직 후 직무발명보상지침 소급적용 못해”

입력 2024-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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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특허 넘기고 퇴사한 연구원
세탁기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 인정받아

삼성전자에 세탁기 발명특허를 넘기고 퇴직한 연구원에게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해당 연구원이 퇴사한 이후에 만들어진 삼성전자의 직무발명 보상지침은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퇴직 연구원 A 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한 상고심에서, 보상 지침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 재직 중에 세탁기 관련 직무발명을 한 A 씨는 1997년 8월 삼성전자에 특허권을 승계하고 1998년 퇴사했다. A 씨는 2015년 11월 삼성전자에게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고, 삼성전자는 직무발명 보상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합계 5800만 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씨가 신청한 일부 직무발명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2016년 10월 통보했다. 2001년에 새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만들어지면서,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 말 보상금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자신이 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2월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가 됐다. 1심과 2심 판단도 엇갈려 A 씨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패소했다. 원심 재판부가 삼성전자 측 주장대로 2001년 보상 지침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피고(삼성전자)의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원고에게 적용됨을 전제로 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 씨가 재직하던 시기)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과 달리,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은 원고에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그 보상 지침이 시행된 2001년 1월 1일부터 원고가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순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의 핵심은 원고가 2001년 보상지침이 시행되기 전 퇴직했으므로, 2001년 보상지침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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