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가발 쓰는 英 판사들…법정에서 규정된 단정한 복장이란 [서초동MSG]

입력 2024-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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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법정에서는 판사와 변호사가 말총머리 가발을 착용한다. 흰 가발은 가부장적 권위와 지혜의 상징이다. 다만 2008년부터는 형사재판을 제외하고 변호사는 가발을 쓰지 않는다. 판사는 모든 재판에서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가며, 판사직에 대한 높은 사명감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가발을 쓰고 재판에 임한다.

우리나라 법정은 판사와 검사의 법복 외 변호사에게 특별한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단정함을 권한다. 매년 늦봄에는 여름철 법정 내 변호사 복장 간소화를 안내하는 메일이 전송된다.

법정 예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급적 단정하고 간소한 옷차림으로 법정 내 변론에 참여해 줄 것을 독려받는 것인데, 색상이 지나치게 화려한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 민소매, 샌들은 제외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긴다.

각 지방변호사회도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전국 39개 법원에 혹서기(6월~8월)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 내에서 변론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양해 및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다.

변호사의 경우 저년차 때 선임이나 대표변호사로부터 법정 예절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기본적인 자세부터 복장, 용모, 말투 등 세세한 부분까지 포함된다. 법관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것이며, 의뢰인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유의해 신경 쓰는 것이다.

가끔 법정에서 슬리퍼 등을 신거나 티셔츠만 입고 출석한 변호사들을 볼 때가 있다. 이러한 법정 예절과 거리가 먼 복장에 대해 판사가 주의를 주는 것을 목격한 적도 많다. 법정의 법대는 대부분 조금 높은 자리에 있으므로 방청석까지도 훤히 다 볼 수 있다.

형사나 소년 사건은 의뢰인들에게도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올 것을 권한다. 여름철엔 소매 없는 티와 짧은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피고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온몸을 뒤덮은 문신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선입견이나 예단을 가질 수 있어서 되도록 가릴 것을 안내한다.

특히 소년 보호사건 등 미성년자가 피고인이나 보호 소년으로 출석할 때는 화장을 하지 말고, 사복보다는 단정하게 교복을 입을 것을 권한다. 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재범의 위험성이 낮으며, 품행이 교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다.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는 “복장이나 태도를 아무리 주지시켜도, 짧게 옷을 입거나 짙은 화장을 하고 재판 내내 다리를 떠는 경우가 있어 내심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국내외 유명인들이 법정이나 경찰서에 출석할 때 단정한 복장을 참고로 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을 참관할 때 의관을 정제하고 바른 자세로 발언하는 형사 피고인의 말이 좀 더 신뢰성이 가고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방청인도 자세와 복장을 단정히 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법정에 대한 예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법원보안관리대 운영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법정 경위는 법정질서 유지를 위해 혐오감을 주는 복장 착용이나 기타 정숙하지 못한 행위 등을 제지할 수 있다.

명문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모자를 쓴 사람의 경우 재판 시작 전에 대부분 벗도록 권고한다. 사실 2007년 예규에서 외투나 모자는 벗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한 바 있으나, 지금도 법정에서 모자 착용이 제지되는 탓에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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