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된 내부통제 강화…거듭된 실패에 조직 문화까지 평가 [내부통제 태풍]

입력 2024-06-20 05:00수정 2024-06-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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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 문화 정착...은행권 조직문화 점검
금감원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 탓"
문제 발생시 대처 수단 점수화, 조직 내 리스크 관리 교육 등도 점검 대상

은행권의 내부통제 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부 통제 강화’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홍콩 중국항셍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올해 연달아 터진 대규모 금융 사고로 모두 ‘공염불’이 됐다. 다음달부터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까지 연대 책임지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금융당국도 보다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별 리스크 관리문화를 점검하기 위한 종합 평가 체계까지 도입해 강제적으로라도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19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만간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문화 정착 도모를 위해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한다. 리스크 문화 평가는 은행과 구성원이 수익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어느 수준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계량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20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혁신방안과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책무구조도 도입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다”면서도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개선 만으로는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준법·윤리 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의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은 결국 조직문화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했다.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감독 프로세스를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금감원은 해외 금융감독당국의 조직문화 감독 사례를 참고해 기준을 마련, 조만간 세부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사고, 불완전판매 등 비재무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토록하는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리스크의 인식, 부담, 관리에 대한 적절한 태도와 행위를 판별하는 조직 내 공유된 가치와 규범 등을 조직문화로 평가 중이다. 가령, 은행이 금융 상품을 설계할 때 손실 정도 등 소비자들이 감내할 리스크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할 수단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점수화하거나 등급을 매기는 식이다. 조직 내 리스크 관리 교육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지 등도 점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리스크 문화 평가를 수치화 하려는 이유는 수 년 간 제도개선 등 내부통제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파생결합증권(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 ELS 등 불완전판매와 거액의 횡령 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더욱이 금융지주와 은행 CEO 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거나 윤리경영을 다짐했음에도 올해 들어서도 수차례 거액의 횡령·배임 사고가 터지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조직문화 등 개선을 통해 금융권 사건사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사고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CEO에 대한 책임소재 강화, 독립성을 갖춘 컴플라이언스 오피스 기능 강화, 영업점 직원의 순환보직 활성화 조치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해야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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