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대책에 집중…‘구조개혁’ 방안은 방향성만 제시

입력 2024-06-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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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사업 중심 시각 못 벗어나면 효과 내기 어려워"

(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19일 내놓은 저출생 정책들은 단기 과제에 집중됐다. 청년 취업난, 노동시장 이중구조,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소관부처가 책임성을 갖고 지속해서 대책을 마련‧추진하고, 성과지표에 의해 평가‧관리한다’는 방향성만 제시됐다. 기존 정책을 “현상적·백화점식 대응이었으며,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인 일자리, 수도권 집중 등은 저출생 대응 관점에서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고 혹평하면서도 그 한계에서 못 벗어난 모습이다.

저고위는 구조적 문제 대응을 장기 과제로 검토할 계획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사전브리핑에서 “수도권 집중 완화와 관련된 부분은 가급적 연내에 인구비상대책회의를 통해서 논의하려고 한다”며 “대책도 같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계부처와 함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저출생 관점에서 평가하고 인구비상대책회의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관건은 앞으로 마련될 구체적인 정책의 내용이다. 근본적으로 ‘사업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효과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저출산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 입시제도 개혁, 수도권 집중 완화 등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게 많은데,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단일사업 예산의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저출산과 무관한 사업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논의를 보면 ‘저출산’이란 꼬리표만 떼고 유지되는 것들이 많다”며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다른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새로 예산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저고위가 이번에 제시한 정책과제들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으로 육아휴직급여 인상과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에만 1조 원 이상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고용보험기금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일반회계를 통해 추가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재원 조달 방식에 관해선 아직 관계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특별회계 규모·재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단기 대책들이 효과를 얼마나 볼지도 미지수다.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대는 임신·출산 근로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으로 보더라도 유보통합, 외국인 가사관리자 활성화, 분양주택 청약요건 완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 폐지 등은 합계출산율 제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장기 과제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이라는 단기 과제가 상호 모순되는 문제 등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앞으로 추진할 대책의 ‘출발점’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출발점”이라며 “운영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또 재정 여건이 허락한다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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