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포퓰리즘 법안과 선동의 정치

입력 2024-06-10 17:27수정 2024-06-1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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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증오 먹고 사는 횡재세

반시장적 포퓰리즘 난무하는 국회
초과이익 세금 추진 시장 거슬러
기업 옥죄는 4류 정치 벗어났으면

▲이초희 부국장 겸 금융부장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난장판이다. 애당초 기대하지도 않았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 평가받는 21대 국회에 질릴 대로 질린 탓이리라. 역시 한국 정치판은 변함이 없다. 1995년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했던 작심발언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문제는 4류 정치와 3류 관료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고 2류 기업을 옭아매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격랑 속에 빠진 지금도 말이다. 민생을 돌봐도 모자란 시국에 이제 갓 뱃지를 단 초선의원들까지 ‘당심’에 휩쓸려 치열한 멱살잡이에 여념이 없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4류 정치의 독단과 무능은 기업들에겐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비극이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국회의 타깃이 돼 수 조 원대의 돈을 풀어낸 은행들도 체감 중일 터다.

금융사들의 ‘시어머니’인 금융감독당국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곳이 국회 정무위원회다. 21대 국회 정무위는 낙제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초기 밀어붙였던 규제 완화와 혁신을 위한 법안은 번번히 가로막혔다. 횡재세 같은 반시장적인 포퓰리즘 입법만 쏟아졌다. 정쟁에 휩쓸리면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등 사실상 합의된 법안마저 결국 폐기처분 신세가 됐다. 그나마 경제·금융통이 ‘정도껏’ 배치됐다는 지난 국회의 성적표다.

이번 총선에서 21대 정무위원 중 절반이 안되는 11명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정무위원을 확정한 더불어민주당에서 금융 전문가로 불릴 인물은 없다. 더욱이 ‘반(反)기업·반시장’적 규제를 쏟아냈던 야당이 절대 과반 의석수를 점하고 있는 국회다.

아니나 다를까 ‘올가미 규제’는 더 업그레이드될 조짐이다. 대표적인 게 횡재세다. 민주당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언제 다시 터질 지 모를 ‘화약고’다.

정치도 연극과 같이 소비하는 대중, 즉 유권자가 있어야 성립된다. 정치인들 중에는 손쉽게 여론의 환호를 얻기 위해 ‘선동’이라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제22대 국회가 헌정사상 첫 야당 단독 개원한 데 이어 여야가 원구성 법정 시한이 넘도록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은 10일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 운영위원회 등 자당 몫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표결·처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제2당인 여당 몫으로 받지 못할 경우 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진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뉴시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강력한 힘”이라는 나치 독일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말은 선전·선동이라는 저주받은 재능으로 인류사에 해악을 끼쳤던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적개심을 심어주는 방식은 나치의 반유대주의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야당이 21대 국회 때부터 주장해온 횡재세는 분노와 증오를 이용한 선동의 전형이다. 핵심은 일정 기간 동안 과도한 이익을 얻었을 경우 그만큼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이익이 변동한다. 예기치 못한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세금으로 규제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횡재세라는 주제가 대중의 분노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익을 낸 기업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국민들에게 적개심을 품게 만드는 전형적인 선전·선동술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다양한 방법으로 길을 넓힐 수 있다. 단순히 사회공헌을 확대할 수도 있고, 영업환경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과 공정하게 이익을 나누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사회적 합의조차 어려운 무리한 시도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방법도 많다는 점을 야당은 알아야 한다. 한국 4류 정치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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