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본 ‘고향 납세제도’...무리한 답례품에 세수 절반 증발

입력 2024-06-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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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례품 조달·광고 수수료 등 기부금 절반 소요
대도시 지자체는 세수 감소 직면
“공감으로 기부하는 구조로 전환” 필요

▲일본 고향 납세 제도로 모금된 기부액이 사용되는 비중. ※2022년 기준. 비용합계 총 46.8%(답례품 조달 27.8%, 답례품 배송 7.6%, 홍보 결제 등 11.4%). 출처 닛케이
일본의 고향 납세(기부) 제도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고향 납세제도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답례품을 제공하거나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인데 답례품 경쟁, 세수 유출 등으로 기부액이 소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러한 현상을 보도하면서 고향 납세제도의 인기가 많아진 만큼 왜곡 현상도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2년도에 9654억 엔(약 8조8056억 원)이었던 기부금은 2023년 1조 엔을 넘어선다. 고후시의 히구치 유이치 시장은 지난달 “고후시의 매력적인 답례품이 기부자 확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보석, 아이스크림 등 2000여 가지가 넘는 답례품을 갖춘 고후시의 2023년도 기부액은 41억 엔이다. 지난해 대비 40%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야기현 기센누마시 등은 아동 보육 무상화 실시 등으로 새로운 기부자를 유인하고 있다.

제도의 인기 이면에는 답례품 경쟁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답례품 조달, 배송과 광고 수수료 등으로 2022년도에 4517억 엔의 경비가 소요됐다. 기부금의 약 46.8%가 비용으로 사라진 셈이다. 도쿄도 네리마구의 재정 담당자는 “기부금이 지역을 위해 쓰이지 않고 답례품 비용으로 사라지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여러 대도시 지자체는 매년 수십억 엔 이상의 세수 감소에 직면했다. 주민이 다른 지역에 기부하면 그에 따라 주민세가 공제되기 때문이다. 네리마구는 올해 51억 엔 세수 감소를 예상한다. 구 재정 담당자는 “저출생 고령화로 사회보장비 등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방세는 주민 서비스라는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도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세이대학교의 히라타 히데아키 교수는 “세액공제 비율을 20%에서 10%로 축소하고 기부금 상한제를 도입해 경쟁 과열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닛케이는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이 커지고 있다”며 “답례품이 아닌 공감으로 기부금을 모으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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