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팎의 되살아난 경기 비관론의 확산 여파로 원ㆍ달러 환율이 닷새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며 1300원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장대비 16.30원 급등한 1290.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원ㆍ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29일 1340.70원을 기록한 이후 약 두 달 동안 지속됐던 1200원대 중반의 박스권 레인지 장세를 벗어나 1300원선 상향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은행의 글로벌 경제전망 하향 조정에 따른 지난 밤 뉴욕증시가 급락세를 연출했다는 소식에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개장전부터 '갭업' 출발이 예상됐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마치 가랑비에 옷 젓는 식으로 지난 4거래일간 오름세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박스권 하단과 상단을 꾸준하게 높여왔지만 이날 미 다우지수 급락으로 촉발된 환율 상승 압력에 장중 얼마나 고점을 높일 것인지에 일찌감치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6.50원 오른 1281.00원에 첫 개래를 체결한 이후 비관적 경기 전망에 따른 역내외 참가자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여파로 줄곧 오름세를 유지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에 나서며 전날 1400선 재탈환 기대감을 키웠던 코스피지수를 재차 1300선 중반까지 끌어내리며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투자심리에 더욱 악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높아진 레벨 부담감에 박스권 상단에서 꾸준히 출회됐던 네고 물량도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 환율 상승을 제어할 만한 요인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도 닷새째 상승 마감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주까지 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서울환시에서 별다른 달러화 매수에 가담하지 않았던 역외 참가자들도 금주 들어 달러화 매수에 적극 나서며 환율 방향성을 위로 돌려놨다는 평가다.
원ㆍ달러 환율은 이러한 분위기 속 오전장 내내 꾸준히 오름 폭을 확대했고 점심 무렵 코스피지수가 무려 40포인트 이상 급락, 1350선까지 밀려난 영향을 받아 오후로 접어들면서 1290원선 목전까지 다다랐다.
시장 전반에 드리운 달러화 '사자' 심리 영향에 은행권 참가자들도 지난 4거래일간 레벨을 높여온 환율이 차익 실현성 달러화 공급 물량에 반락할 것에 대비, 그동안 구축했던 숏 포지션을 급격히 털어내며 달러 환매수에 가세했다.
그동안 박스권 고점으로 여겼던 1280원선을 훌쩍 넘어서자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장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롱 마인드를 더욱 강화해 나가며 레벨 테스트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에 원ㆍ달러 환율은 1290원선마저 상향 돌파했다. 그러나 이 매물대에서 재차 흘러나온 네고 물량으로 더 이상의 반등은 이뤄지지 않았고 환율은 결국 박스권 이탈에 만족한 채 거래가 끝났다.
시중은행권 딜러는 "밤사이 뉴욕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에 경기 비관론이 되살아나며 외환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원ㆍ달러 환율은 이에 두 달간 지속됐던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역내외 참가자들 모두 달러화 매수에 가담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환율 상승 폭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며 "환율이 박스권 상향 돌파를 넘어 1290원선까지 올라섰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 방향성은 단기적으로는 아래보다는 위로 향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이제 미국의 대규모 국채 입찰과 FOMC 회의록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을 포함한 글로벌 달러화의 향방이 이들 재료에 단기적으로 좌우될 공산이 높다"고 관측했다.
그는 "만약, 국채입찰 수요가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경기 전망 악화는 더욱 불거질 수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 조정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며 "FOMC 의사록에서 시장이 우려하는 긴축 우려가 명문화될 경우 이 또한 환율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