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지식산업센터 거래…반년 동안 매매지수 변동 없어

입력 2024-05-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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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퀘어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분기 지식산업센터 매매 지수는 217.5p로 전 분기 대비 0.2p 하락했다. (자료제공=알스퀘어)

지식산업센터 거래시장이 가격이나 거래규모 면에서 큰 변화 없는 정체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과잉과 고금리 기조 연장으로 한동안 지식산업센터 거래시장은 둔화 조짐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상업용 부동산 프롭테크 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 지수는 217.5포인트(p)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0.1% 하락, 전년 동기 대비 4.9%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는 △1분기 228.7 △2분기 217.3 △3분기 214.3 △4분기 217.7로 큰 변화없이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다.

매매 지수는 2010년 1분기 지식산업센터 매매가를 100으로 놓고 가격 변동을 비교한 수치다. 예를 들어 매매지수가 200이면 2010년 1분기 대비 가격이 2배 오른 것을 의미한다.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 지수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3.0% 전후의 상승세를 보였었다. 2020년부터 2022년 2분기까지는 연간 20% 상승하기도 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오피스에 비해 적은 비용만 투자해도 매입이 가능해 개인 투자가 가능하고, 주택에 비해 대출규제가 높지 않은 양호한 투자환경을 바탕으로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2023년 4분기부터 임대, 공급 등 투자 환경에서 큰 변화가 사라지면서 정체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식산업센터 거래액은 다소 늘어났지만 매매 지수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1분기 지식산업센터 거래액은 1416억 원으로, 전 분기(1315억 원)보다 7.6% 늘었다. 지식산업센터 거래액은 2023년 1분기 1288억 원에서 2분기 979억 원, 3분기 1362억 원으로 소폭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오고 있다.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시장 회복으로 보기는 이르다. 계약 후 잔금까지 1년 이상 걸린 물건이 포함돼 있어 거래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일 뿐, 실제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랜 기간 거래가 정체돼 있다가 이뤄진 거래들이 착시효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분기 지식산업센터 거래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환경의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가격과 함께 거래 규모 역시 정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지난 몇 년간 우호적인 투자환경 속에서 공급이 늘어나며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지식산업센터 인허가 건수는 2018년 이후 연간 100건 이상 늘어났다. 2022년에는 141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곳 중 건축 중인 곳은 45개, 착공 전인 곳은 115개에 달해 있어 당분간 공급 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분양된 물건 중에도 할인 가격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대출 이자와 관리비 등 운영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동탄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분양에서 모두 계약을 완료했으나 잔금을 치르지 못한 일부 호실에 대한 할인 분양이 이뤄졌다. 서울 구로에 최근 준공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에도 할인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전용 26㎡는 공급가를 기존보다 3000만 원, 56㎡은 8000만 원, 57㎡형은 6000만 원 할인하는 등 대폭 가격 인하에 나섰다.

경매 물건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1분기 법원 경매에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236건으로, 전년 동기(125건) 대비 88%나 늘었다. 반면 수요는 적어 낙찰가율은 내려가고 있다. 법원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 낙찰률은 4월 기준 36%로, 2022년(4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2022년 88.7%였으나 올해 4월 기준 72%에 머물러 있다.

고금리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투자심리 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몇 년간 건축비 및 분양가 상승 등으로 지식산업센터 가격이 급등한 반면, 공급 증가에 따른 임대료 정체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임대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는 줄어들고 공급은 과잉돼 있어, 수요가 없는 지역에 세워진 지식산업센터는 장기간 골칫덩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IT 업계는 입지 선호가 분명하고, 이들이 선호하는 곳은 일부 수요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지역은 수요 감소가 극명하다"며 "지식산업센터는 금리 인하 후 차별적으로 수요가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발생하겠으나 수요가 없는 지방에서는 거래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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