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30. 재점화되는 미중 2라운드 무역전쟁

입력 2024-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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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고율관세에 중국도 보복관세
각자도생 시대…유럽 동참 주목돼

미국 백악관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전기차·반도체·태양광·배터리·의료장비 등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목적이 중국에 미국의 제조업을 뺏기는, 이른바 ‘2차 차이나쇼크(China Shock)’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나쇼크는 중국의 저가 물품 수출로 인해 세계경제가 큰 영향을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2001년 12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저렴한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이 세계시장에 수출되자 글로벌 교역 및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1차 차이나쇼크가 일어났다.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체험이 유행했던 시기였다. 1차 쇼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철강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를 포함해 오하이오·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 지역이 직격탄을 받았다. 차이나쇼크로 미국 제조업이 붕괴되고, 산업공동화가 일어나면서 미국 내 2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그로 인해 미국인들의 반중 감정은 더욱 심해졌다.

中 ‘중국판 슈퍼 301조’로 보복

아이러니컬하게 중국의 WTO 가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이 결국 지금의 중국을 만들어 준 셈이다. 그리고, 코로나 봉쇄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가중되었고, 중국의 수출하락·소비침체로 이어지면서 2차 차이나쇼크가 촉발되었다. 경제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중국은 수출확대를 위해 전기차·태양광·배터리 등 첨단제품의 덤핑 수출을 본격화했다. 최근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초청 연설에서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해 유럽을 포함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대중국 관세인상에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이 180억 달러 상당(약 24조6000억 원, 대중국 수입의 약 4%)의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방안을 발표하자, 중국도 바로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은 중국의 경제활동을 미친 듯 탄압하고 있다’며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WTO 제소와 함께 지난 4월에는 중국판 슈퍼 301조에 해당되는 수정 관세법을 통과시키며 미중 간 제2라운드 무역전쟁이 재점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정 관세법 제7조에 의하면, 중국과 특혜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고관세를 부과하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트럼프 시절 설정된 대중 관세율을 5년이 지난 지금 왜 갑자기 인상하는가?’라는 의문점이 생긴다.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 초기부터 트럼프식 무역전쟁의 효과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트럼프가 관세율을 높여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려 했지만, 바이든은 관세를 올려서 중국산 수입을 줄이고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늘려도 여전히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공급망 구조의 문제점을 줄곧 제기해 왔다.

그리고 트럼프가 맹신하고 있는 최적관세이론의 중국 적용은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식 최적관세이론은 거대 수입국(미국)이 자국의 부담을 상대 국가(중국)에 넘길 경우 미국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최적관세이론이 약소국에는 효과가 있지만 중국에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나라(중국)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똑같이 부과하게 되면 관세부과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문화센터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약 한 달 뒤인 지난 14일 중국산 수입품 180억 달러 상당에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고율관세, 美에 부정적’ 분석 많아

미중 무역전쟁이 한참이던 2019년 연방준비제도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의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로 미국보다 중국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종 승리는 결국 중국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무역전쟁은 단순히 경제파워가 아니라 미중 양국의 정치 시스템 차이에서 승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초 미국 민간 비영리 초당적 연구기관인 국가경제연구국(NBER)이 발표한 보고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관세의 미국 내 고용 및 선거 효과’ 보고서에서 2018년 중국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진행된 1라운드 미중 간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데이터로 실증 분석했다.

핵심은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 부과는 미국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일부 산업의 경우 중국의 보복관세로 오히려 미국 일자리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 부과로 이어지게 되면 결국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美 대선 앞둔 정치적 판단 결과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관세조치는 결국 다가올 미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과 목적이 숨어 있다. 또한, 대중국 관세인상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제 중국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도 의문점이 생긴다. 미중 간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한 것도 거의 레토릭 수준에 가깝다.

현재 중국의 순수 전기차는 미국의 각종 제재 및 장벽에 막혀 수출량이 매우 미비하다. 미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의하면, 2023년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는 약 1만2362대이고, 이 중 순수 중국 브랜드가 수출한 전기차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중국기업이 인수한 유럽 브랜드가 미국에 수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리자동차가 2010년 인수한 볼보의 자회사인 폴스타(Polestar)가 2023년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판매량이 1만 대가 넘는다. 중국의 약점인 반도체도 기존 25%에서 50%로 2배 인상하는데 관세부과 시점이 미 대선이 끝난 2025년이다. 일단 선거에서 이겨야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관세부과가 아니라 유럽과 중남미 등 국가들이 얼마나 미국의 강경노선에 동참할 것인가이다. 중국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유럽 국가마다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대중 관세부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칠레·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도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인상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글로벌 각자도생의 시대에 전략적 생존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국가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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