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여자친구랑 파혼했는데…선물로 준 명품백 돌려받을 수 있나요?

입력 2024-05-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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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오래 만났던 연인과 결혼을 약속했다가 헤어졌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둘 다 헤어지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비싼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혹시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과거 연인 간 주고 받았던 명품 선물을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Q. 연인에게 명품을 선물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아무래도 명품이 상당히 고가이다 보니 헤어졌을 때 고민되는 부분이실 텐데요. 기본적으로 선물은 민법 제554조에 따라 증여로 보기 때문에 ‘선물 약속’에서 나아가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라면 반환받을 수 없습니다.

Q.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라면 해제할 수 있지 않나요?

A. 보통 선물할 경우 서면에 의하지 않기 때문에 일방의 해제 의사표시로 반환이 가능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을 텐데요. 이미 이행 완료한 부분에 대하여는 반환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558조). 이미 상대방에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은 ‘이행 완료’되어 그 물건의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귀속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상대방 소유 물건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Q. 결혼하기로 하고 예물을 주고받은 경우는요?

A. 증여에는 부담부증여(민법 제561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단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예물이나 프러포즈 선물의 경우에는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증여’에 해당하므로, 파혼하게 되면 ‘혼인이 성립하지 않아서 계약이 해제된다’라는 조건이 성립되어 선물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Q. 만약 연인에게 돈을 빌렸다가 헤어지면 어떡하나요?

A. 돈을 준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대여라고 한다면 당연히 빌려준 돈 (대여금)을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방이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인에게 돈을 준 상황을 보니, 실질이 ‘증여’라고 판단된다면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반환받기 쉽지 않습니다.

Q. 법적 분쟁까지 갈 때 법원은 어떤 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나요?

A. ‘대여’의 법률요건을 갖추었는지 살펴봅니다. 특히 소송에서는 입증책임이라고 해서 금전반환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대여임을 증명할 책임이 있으므로 계약서 또는 차용증 존재 여부를 먼저 봅니다. 대여라면 아무리 연인 사이라도 계약서나 차용증을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계약서나 차용증을 작성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최소한 메시지 등으로 대여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법원은 대여의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해서 곧바로 증여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도의적으로 무상으로 증여를 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인지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Q. 상대방의 부정행위(외도) 등 일방적인 잘못으로 파혼한 경우는요?

A. 우리 민법은 ‘당사자 한쪽에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804조 제8항)고 명시돼 있고, 제5호를 보면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간음한 경우’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상대방의 외도로 파혼한 경우라면 예물 등 반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Q. 결혼하고 짧은 기간에 이혼하게 되는 경우는요?

A. 이미 결혼을 했다면 증여 해제로는 선물을 반환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혼은 재산분할 제도가 있으므로, 재산분할 과정에서 기여도를 주장하여 일정 금액을 ‘재산분할금원’명목으로 돌려받을 순 있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남성진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법제처 등 실무수습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위원 및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수원, 의정부에 있는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로서 형사사건과 이혼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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