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Law] “장남에게 9억 줘라” 유언…바뀐 유류분 제도 적용한다면?

입력 2024-05-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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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고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법적 상속인에게 일정 비율의 유산(유류분)을 상속하도록 한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습니다. 유류분 상실사유와 피상속인의 기여분 인정 등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입법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와 주목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정성균 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의 도움을 받아 살펴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부인과 자식 셋을 둔 남편 A 씨가 유산으로 9억 원을 남기고 사망했다. 자녀들은 아들 둘과 딸 하나였는데, A 씨는 죽기 전 모든 재산을 장남에게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A 씨의 유언과 달리 재산을 놓고 다툼이 발생해 이들은 법적 다툼까지 벌이게 됐다. 9억 원의 유산은 어떻게 나뉠 수 있을까.

만약 둘째 아들이 A 씨를 수시로 폭행하고, 오랜 기간 찾아오지도 않았다면 유산은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반대로 A 씨의 딸은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간병하고 부양했다면 기여분이 인정돼 재산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이 같은 ‘유류분 제도’ 전반에 관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증여 또는 유증으로 자유로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해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가족에게 법정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법률상 보장하는 민법 제도를 말한다.

민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A 씨 사례의 경우 장남에게 재산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더라도 A 씨의 배우자는 법정상속분(3억 원)의 2분의 1인 1억5000만 원, 차남과 딸은 법정상속분(각 2억 원)의 2분의 1인 1억 원씩을 받는 셈이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 자체는 합헌이라고 보고 형제자매를 제외한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에 대해 유류분을 인정한 것과 그 비율을 2분의 1, 3분의 1과 같이 획일적으로 규정한 것 자체도 옳다고 봤다.

다만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으므로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한 것은 위헌으로 결정했다. 또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단순위헌 결정에 따라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한 민법 규정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됐다. 가령 미혼인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부하자, 형제자매가 공익재단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한 사건은 기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투데이)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배우자와 자녀들 사이의 유류분 반환 사건은 일단 현행 민법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도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 개정 시한(2025년 12월 31일)을 부여한 만큼, 향후 국회에서 진행될 민법 개정 작업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개별 유류분 상실사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입법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헌재가 유류분 상실사유의 예시로 든 피상속인 학대 등은 어느 정도의 패륜행위를 적용할지, 또 다른 유류분 상실사유를 도입할지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 결정 이후 상속 관련 유류분 사건에서 법률적 쟁점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분 반환 소송은 매년 증가해 1심 기준 접수 건수가 2012년 590건에서 2021년 1702건으로 약 10년간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신청, 접수된 사건도 47건에 달했다.

[도움]

정성균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사건 전문법관을 지냈습니다. 현재 법무법인 LKB & Partners 소속 변호사로서 가사상속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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