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주의 시대…이젠 플랫폼 안보 전쟁까지 불붙었다

입력 2024-04-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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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정리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틱톡 퇴출 법안에 서명
중국도 애플 앱스토어서 왓츠ㆍ앱 스레드 삭제
유럽연합 일찌감치 DMA 적용해 빅테크 견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스마트폰에 페이스북과 메신저용 앱이 보인다. 뉴올리언스/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AI 전쟁이 플랫폼 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에 대한 한국 플랫폼 ‘네이버’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전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인 에이(A)홀딩스의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나눠가졌으며,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를 함께 서비스한다. 에이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갖고 있으며, 에이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분의 64.5%를 보유 중이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에이홀딩스 주식을 조금이라도 취득해 에이홀딩스 출자 비율이 높아지면 라인야후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표면적인 이유는 ‘정보 유출’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플랫폼 생태계에 한국이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는 라인 이용자, 종업원, 거래처 등의 개인정보 44만 건이 유출 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사인 한국의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한 제3자의 부정 접근이 있었단 설명이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약 51만 건으로 조사됐다.

정부 차원에서 자국 회사와 협력하는 외국 기업의 경영권을 압박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일본 정부가 이를 경제 안보 측면에서 위협적인 사태로 간주, 지분 매각 수위를 높이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도체 패권 전쟁에 이어 AI 패권 전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틱톡 퇴출 법안에 공식 서명했다. 중국 정부가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해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는 “우린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팩트와 헌법은 우리 편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면서 즉각 소송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중국의 애플 앱스토어에서 미국의 빅테크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왓츠앱과 스레드를 삭제했다.

자국 빅테크가 없는 유럽연합(EU)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디지털시장법(DMA)를 입법해 주요국의 빅테크들을 견제하고 있다. EU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틱톡 등을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해 이들의 DMA 위반 여부를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국들의 플랫폼 안보 전쟁은 AI 기술 경쟁 심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주권과 이를 통한 국가 안보가 플랫폼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어져왔던 경제안보 문제와 이번 라인사태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며 “각국의 플랫폼 경쟁 또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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