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수다 떨기’에서 배운다

입력 2024-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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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원조전문가에게 상담 기술을 가르쳐 보면, 모두 매우 현란해 보이는 고급 상담 기술을 배우길 원한다. 특히, 전문 용어로 ‘비자발적인 내담자’라고 칭하는, 전문가가 어떤 말을 해도 잘 듣지 않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단박에 꼬시는(?) 비법을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상시 자신이 구사하는 언어를 넘어서는 비법은 없다.

이럴 때, 나는 ‘수다’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수다’란 ‘쓸데없이 많이 늘어놓는 말’이라고 나온다. 핵심 요소는 두 가지. 첫째, 아무런 쓸모나 득이 안 된다. 둘째, 많이 늘어 놓는다. 그런데 이 사전적 정의에는 또 하나의 핵심 요소가 빠졌다. 바로 비체계성. 우리는 친구를 만났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롭고 편하게 수다를 떨어 대니, 어쩌면 비체계성이 가장 중요한 본질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수다는 전혀 비체계적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수다에는 몇 가지 뚜렷한 질서가 존재했다. 예컨대, ‘(수다를 떨 때는) 한 번에 한 명씩 이야기하라’, ‘상대가 하는 말을 끊지 말라’, ‘혼자서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 ‘상대가 질문한다면 답하라’ 등 수다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놀러 가서 모닥불 피워 놓고 밤을 새워서 이야기할 때와 전문가라는 외피를 두르고 점잖게 앉아서 상담할 때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상담자가 수다 떨 때 분위기를 훈훈하게 이끌지 못한다면, 아마도 전문적인 상담 시간에 내담자를 만날 때도 마음이 말랑말랑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긴 어려우리라.

그래서 대화 기술을 높이고 싶은 분들에게 두 가지 사항에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첫째, 수다 떨 때 하는 말은 쓸데없지 않다. 상대와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주고받는, 상당히 유의미한 정보다. 둘째, 주변 사람들과 수다 떨 때 거의 언제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그러나 곰곰 따져본다면 전혀 특별하지 않은) 나만의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모든 다른 고급 기술처럼, 대화 기술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상담 기본 기술과 태도는 수다 떠는 기술과 태도와 상당 부분 겹친다.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유명한 설득 기술을 따르지 말고, 평소에 수다를 떨 때 내가 즐겨 사용하면서 효과도 있는 기술을 떠올려 사용하라.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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