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회복에 따른 수출증가 수반돼야 회복세 진입 기대
최근 경지표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국내 경기가 현재 저점을 통과 중이거나 조만간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외 여건을 종합해볼 때, 저점 도달 후 빠르게 반등하기보다는 당분간 바닥을 횡보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로 인해 글로벌 수요 회복에 의한 수출 증대라는 외부 요인의 도움이 있기 전에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로의 진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
장 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현 경기상황의 판단과 시사점'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판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최근 지표상의 움직임을 보면 지난해말 이후 겪었던 최악의 상황에서 점차 벗어나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실제로 생산 측면에서는 제조업생산이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고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 4월부터 전월 및 전년동기 대비 각각 증가세로 전환됐다. 제조업평균가동률도 지난 1월의 61.4%에서 4월에는 71.7%로 빠르게 상승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소비재판매지수가 전년동기 대비로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감소 폭은 점차 둔화되고 있고 건설기성액도 공공부문 건설 호조에 힘입어 3개월째 증가세다.
무엇보다 현재 및 향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종합지수는 국내 경기가 저점에 근접했거나 통과 중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 연구위원은 "경기선행지수가 3월에 이어 4월중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적으로 경기 저점은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한 이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7개월 후에 도래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보면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국내 경기의 저점 도달 여부가 아니라 저점에 도달한 이후 어떤 모습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 패턴은 글로벌 경기 향방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상당기간 바닥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그동안 대외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더욱 심화돼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0년대초 30%대에서 지난해 46%까지 상승하는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와 건설 등 내수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하락중이다.
장 연구위원은 "이처럼 우리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를 감안할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 경제지표의 개선은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 수출과 관련한 제반 여건들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와 더불어 기타 원자재 가격이 빠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국의 교역 조건이 재차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 원화값의 추세적인 절상 기조도 수출 증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연구위원은 "내수 주도의 본격적인 경기 회복도 기대하기 곤란해 보여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며 "설비투자의 감소세 지속과 고용사정의 악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글로벌 수요회복에 따른 수출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내 경기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바닥을 횡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러한 점에서 경제주체들은 경기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로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성급하게 움직이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안정추구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과 더불어 고용여건 개선 및 사회안전망 강화 등 경제성장 잠재력을 확충시킬 수 있는 부분에 정책여력을 집중해야 하고 기업과 가계는 성장산업 발굴, 부채 축소 등을 통해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