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부터 면역질환까지…신약 대세 ‘마이크로바이옴’

입력 2024-03-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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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54.8% 성장 블루오션…대장암·염증성장질환 치료제 기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에 대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암과 면역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큰 난치성 질환 분야에 해당 기술을 접목한 신약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 가운데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접목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공동체를 의미하는 용어다. 소화기관의 장내 미생물이나 피부에 상존하는 피부 미생물군 등 체내 존재하는 미생물과 여기에서 유래한 물질이 신약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사람 몸속의 미생물이 면역력 조절에 관여하는 만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은 항암과 항염증, 자가면역질환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쎌바이오텍, 메디톡스, 고바이오랩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R&D)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대장암 신약후보물질 ‘PP-P8’의 1상 임상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PP-P8은 한국산 유산균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경구용 유전자 치료제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기전을 가진 ‘혁신신약’이다. 대장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 단백질 ‘P8’을 대량 복제 생산한 ‘CBT-SL4’를 유전자재조합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쎌바이오텍은 향후 유산균 약물전달시스템(DDS), 항암 치료용 재조합 유산균 등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당뇨 치료제, 위암 치료제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관계사 리비옴 통해 염증성장질환(IBD) 치료제 후보물질 ‘LIV001’의 호주 1상을 최근 완료했다. LIV001은 면역 조절 효능이 있는 ‘펩타이드 VIP유전자’를 미생물에 도입해 제작한 유전자재조합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다.

리비옴은 임상 결과 확보한 LIV001의 안전성 데이터를 토대로 신약의 초기 유효성 평가를 위한 다국적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사전 미팅(Pre-IND)을 진행하고 글로벌 임상에 필요한 요건을 확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바이오랩은 신약 후보 물질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KBL382’를 중국 및 싱가포르에서 특허등록했다. 동물실험 단계에서 KBL382에 대한 항염증 및 면역조절 기능을 보여 염증성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고바이오랩은 주요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KBL382 관련 특허를 등록해 권리를 확보할 방침이다. 또 회사는 향후 중증 환자가 장기 복용 시에도 부작용 위험이 낮고, 5-아미노살리실산(5-aminosalicylic acid)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인플릭시맙(Infliximab) 등 기존 치료제와 병용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다.

시장 성장세도 긍정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의 인기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 말까지 연평균 54.8% 성장률을 보이면서 14억6530만 달러(1조 9444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연구와 상업화 성공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분야인 만큼, 향후 기업들이 가시화하는 R&D 성과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FDA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최초로 허가한 것이 불과 2년 전인 2022년”이라며 “항암, 면역질환 치료제 기술 가운데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에 있지만,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돼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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