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넘나드는 덕질의 세계 [요즘 대학생]

입력 2024-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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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팝업스토어 찾은 팬들
포토카드 모으고 영상 팬미팅도…수십 만원 아깝지 않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멤버들 싸인이 담긴 포토카드들이랑 앨범 샀어요. 곧 팬미팅 이벤트도 열린다는데, 경쟁이 심하지만 신청 도전해봐야죠!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의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의 팝업 스토어 현장. (사진=정유정 기자)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의 전시 공간. 이곳에서 진행된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의 팝업 스토어 현장을 방문한 20대 여성 김모 씨가 이 같이 말하며 이날 구매한 굿즈들을 꺼내 보였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의 전시 공간. 이곳에서 진행된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의 팝업 스토어 현장을 방문한 팬 김모 씨가 자신이 구입한 굿즈를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정유정 기자)

김 씨가 이날 플레이브 굿즈 구입에 쓴 돈은 30만 원 남짓. 그는 "전 학생이라 돈을 많이 못 쓰지만, 주변에서는 이런 곳 오면 100만 원도 쓴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생들의 '덕질'이 버추얼, 실물 아이돌 경계 없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덕질을 위해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고, 팬미팅과 콘서트 등을 통해 아티스트를 만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팬들 간 소통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온·오프라인에서 아티스트 만나고, 팬들끼리 소통도

덕질은 버추얼이든 실물 아이돌이든 똑같이 이뤄진다. 이날 만난 팬 김 씨는 "영상통화로 팬미팅을 하면 약간 딜레이는 있지만, 소통은 잘 된다"면서 "스트리밍 돌려서 음원 점수 올리고, 여러가지 투표에 참여하는 것도 똑같다"고 말했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팬들이 다양한 체험 공간을 통해 아티스트와의 접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르세라핌, 엔시티 위시 등 K팝 그룹들 사이에서 팝업스토어 운영은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팝업스토어에 모인 팬들이 서로 굿즈를 교환하는 등 소통을 이어가기도 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의 전시 공간. 이곳에서 진행된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의 팝업 스토어 현장을 방문한 팬 양모 씨(23)가 모은 포토카드 모음집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정유정 기자)

이날 플레이브의 팝업 스토어에서도 팬들 20~30명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이 모은 포토카드 모음집을 펼쳐놓고 팬들과 대화하던 여성 팬 양모 씨(23)는 "팝업스토어 예약에는 실패했지만, SNS에서 만난 한 팬과 여기서 만나기로 해서 왔다"면서 "이런 곳에 오면 팬들끼리 소통하고 포토카드도 교환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유튜브, SNS로 덕질 공유도

자신이 덕질하는 아티스트의 인상적인 모습을 유튜브나 SNS를 통해 공유하며 공감하는 것도 덕질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양모 씨(23)는 "한 팬이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본 뒤 입덕했다"면서 "플레이브 데뷔 초기에는 버추얼 구현 기술이 불안정해 아티스트의 몸이 뒤틀리듯 표현되는 '오류'가 날 때가 있었는데, 그 오류를 재미있게 모아 편집해 놓은 걸 봤다"고 설명했다.

▲홍유진 씨가 친구와 함께 아이돌 생일 카페를 꾸민 모습. (사진제공=홍유진)

이처럼 아이돌 팬들에게 '덕질'은 필수적이다. 대학생 홍유진 씨는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아이돌 생일카페를 준비한 적이 있다. 콘셉트를 정하고, 굿즈를 하나하나 제작하면서 돈이 정말 많이 깨지기도 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굿즈를 수령하러 을지로 인쇄소 드나들고, 카페를 직접 꾸미고, 카페 찾아온 많은 팬들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랑 밤새 굿즈 하나하나 포장하면서도 정말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아이돌 생일 카페도 대학생들의 덕질문화 가운데 하나다.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생일에 맞춰 카페 공간을 대여한 뒤 팬들끼리 인증샷도 찍으며 즐기는 문화다.

유진 씨는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아이돌 생일 카페를 준비했다. 콘셉트를 정하고, 굿즈를 하나하나 제작했다. 굿즈를 수령하러 을지로 인쇄소를 참 많이도 드나들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카페를 직접 꾸미고, 카페 찾아온 많은 팬들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친구랑 밤새 굿즈 하나하나 포장하면서도 정말 즐거웠다"고 전했다.

▲엄정후 씨가 찍은 슬로우다이브 공연장 모습(왼쪽)과 박민상 씨가 받은 에반게리온 굿즈(오른쪽) (사진제공=엄정후, 박민상)

아이돌 덕질 외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스포츠, 연극, 콘서트 등 '덕질'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대학생들이 많다.

영화를 좋아하는 엄정후(22) 씨는 "수업을 째고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서 '엄마와 창녀'라는 영화를 본 경험이 인상에 남는다. 장 외스타슈 감독의 2004년 작품인데, 영화제에서 상영한다고 해서 봤다.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울 파괴하는 내용이었는데, 워낙 보고 싶었던 영화라 인상 깊게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슬로우다이브라는 밴드의 콘서트를 십만 원을 내고 간 적이 있다"라며 "일단 라이브라는 특성상 음원과는 다른 변주가 많고, 슈게이징 장르가 유명하지 않다 보니까 뭔가 혼자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나와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들으니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 다 꽤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다. 둘 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는 것들이었고, 그때가 아니면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박민상(23) 씨는 "에반게리온을 좋아한다. 1월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재개봉을 맞아 극장판을 극장에서 몰아본 뒤 지난 2월 3일 있었던 에반게리온 온리전에 다녀왔다"라며 "그 뒤로 홍대, 합정 일대 피규어숍 뽑기 순례를 도는 등 정신 없는 한달이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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