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 밟을까 vs ‘화려한 회복’ 교훈 얻을까 [중국경제 긴급진단]

입력 2024-0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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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만 중국·홍콩 증시서 1.5조 달러 유출
‘통제권 집착’ 시진핑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
일본처럼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골드만 “적극적 재정 완화·소비로의 경제 조정 필요”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7일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방콕/AP뉴시스
갈림길에 선 것은 중국 경제만이 아니다. 중국 증시도 잇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출에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중국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뉘어있다. ‘잃어버린 30년’을 밟은 과거 일본처럼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지만, 최근 일본증시의 화려한 부활 속에 회복의 힌트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에서 S&P500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중국과 홍콩증시에선 1월에만 1조500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중국과 홍콩 증시 시가총액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약 7조 달러(약 9342조 원) 증발했다.

중국 증시가 부진한 데는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 부동산 문제 등 여럿이 거론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시진핑 국가주석 본인에게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2020년 시작한 기술기업 규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내수 부진의 시발점이 됐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마저 실패로 끝났다.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엄격한 통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졌다.

최근 시 주석 역시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한 듯 뒤늦게 공매도를 억제하고 국유 자산운용사에 주식 매수를 명령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엔 증시를 총괄하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서기 겸 주석을 교체했다. 다만 대규모 부양책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은 광범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수용하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변화의 진짜 장애물은 자신이 완전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시 주석의 확고한 신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경제와 관련해 국가의 역할을 재고해야 하지만, 시 주석은 자신의 통제력을 누그러뜨릴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1년간 중국·일본 증시 등락률. 단위 %. 파란색: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22일 42.4%, 23일 일왕탄생일 휴장) /검은색: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23일 -8.0%).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반면 중국 증시가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30년’을 되풀이한다 해도 결국엔 이겨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일본식 경기침체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중요한 점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유사한 지속적인 약세장에서도 돈을 벌 방법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소비재와 인공지능(AI), 산업용 로봇 등이 중국 증시를 떠받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40개 종목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다만 골드만삭스 역시 반등을 위해선 적극적인 재정 완화와 생산에서 소비로의 경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본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엔저와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현재 투자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 결과 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는 22일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아시스매니지먼트의 세스 피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은 10년 동안 생산적인 기업 환경과 주식 투자하기 좋은 곳을 만들려 노력해 왔다”며 “반면 사람들은 중국이 일본처럼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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