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입력 2024-0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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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미국의 작가 마크 맨슨(Mark Manson)이 화제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우리나라를 지정하고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행복 수준이 낮은 나라임은 분명하다. 갤럽 세계여론조사(Gallup World Poll)가 발표한 국민 행복 지수라는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OECD 37개 국가 중 35위며,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으로 1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됐으나 그 이면엔 우울함과 외로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주변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면을 지적한다. 초등학생부터 의과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교육 현실을 보면 우리 사회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 국민의 70%가 스트레스나 우울감, 무기력, 불안에 빠져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우울증과 불안 장애로 900만 명이 치료를 받았고, 스트레스 고위험은 20%에 이르고, 코로나19 장기화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 비중이 85%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가 우울감과 고통이 많은 이유를 마크 맨슨은 한국사회가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집중하고 가족이나 지역사회의 친밀감을 저버린 결과라고 진단한다.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체제와 경제발전 위주의 국가목표, 비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부문 소홀 등을 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우울감과 고통이 많은 이유를 음식에서 찾기도 한다. 얼마 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의 주지 법해 스님을 만났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이 피폐한 이유는 먹는 것을 올바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 간 대화를 하고, 정신교육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 기능을 강조한다.

어느 나라나 사회적 문제는 다 존재한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우리보다 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 마약, 이민, 범죄, 총기 등 많은 사회문제를 갖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수십 년이었다. 경제발전에 못지않게 정신 발전도 중요하나 이를 간과했다. 1인당 국민 소득수준이 3만5000달러를 내다보면서 이제는 물질과 정신과 정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물질과 정신과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치유며 국민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치유농업, 산림치유, 해양치유 등 농림수산 분야에서 치유산업은 이미 시작됐다. 산림에서 몸과 마음의 치유를 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산림청은 약 15년 전부터 산림치유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숲 치유, 산림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국민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으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산림이다. 지난해 산림복지 시설 이용자는 2260만 명 수준이다. 최근에는 도시에서도 맨발 걷기가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3년 전부터 치유농업이 활발히 추진된다. 치유농업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식물재배, 동물 사육, 꽃 가꾸기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령화하고 은퇴자가 많아지자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과반(51.6%)이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해양치유도 활성화돼간다. 바닷바람, 바닷물, 모래, 플랑크톤 등 해양 치유자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전남 완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해양치유센터가 개장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해양치유 장소는 치유를 넘어 관광 명소로 자리 잡는다. 독일은 전국에 쿠어오르트(Kurort) 라는 치유 휴양단지가 약 350개소가 개설됐다.

질병 예방이나 재활을 위한 치유를 하면서 휴양, 관광, 문화체험 등을 한다. 프랑스도 해안에서 건강 리조트를 활용한 건강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해양치유로 유명한 남부의 랑그독-루시용 (Languedoc-Roussillon)해안에는 연간 625만 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글로벌 관광 패턴도 치유관광으로 변해간다. 치유관광은 웰니스관광으로 불리며 코로나19 이후 크게 대두되는 글로벌 관광 패턴이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을 합한 개념이다. 웰니스관광은 글로벌 트랜드에 부합하고 MZ세대인 청년들이 추구하는 혼자만의 공간이나 건강, 자연, 등을 추구하는 패턴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치유관광 육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관련 법령을 추진중이며 여러 가지 대책을 추진 중이다.

지방인구가 해마다 줄어들어 지방이 소멸할 우려가 있다.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지난 16년간 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실패'라는 지방 균형발전 대책이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 치유산업을 적극 추진하자. 산, 강, 바다, 자연 등 치유자원은 지방에 소재한다. 치유산업을 잘 육성하는 것이 지방을 살리는 길이다. 치유산업을 종합적으로 발전시켜 지방을 살리고 가장 우울한 나라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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