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독일 장수기업 유지 비결’ 주목 필요
높은 상속세율 완화 요구…세제 지원
“조세장벽 해소‧부담 공평성 조화해야”
헤르만 시먼(Hermann Simon) 교수는 1990년대 초반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으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독일 중소기업(GmbH)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지칭했는데, 이러한 ‘히든 챔피언’은 현재도 그 위상을 잃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분야로는 기계장비, 전기 전자, 산업생산품과 서비스, 소비자 생산품, 자동차와 그 부속품 등을 들 수 있다.
다(多)초점 인공수정체를 생산하는 ‘자이스 기업(Zeiss Meditec AG)’은 1846년에 창업해 1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산업용 레이저 기기로 유명한 ‘트럼프 기업(Trumpf GmbH & Co KG)’ 역시 1923년 창업해서 약 100주년의 설립 역사를 자랑한다. 두 기업 모두 가족이 대를 이어 소유 혹은 경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점이 없다. 다만 규모에 있어서는 전자는 주식회사이고 후자는 유한회사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쨌든 ‘히든 챔피언’을 포함한 독일 기업들은 경영인(CEO)과 기업을 동일시하는 가족기업 특유의 일관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수기업의 유지는 독일 정부의 높은 상속세 제도를 완화하는 것에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년 1월 1일부로 가업승계 지원제도 가운데 상속공제 내용의 일부 변경이 이뤄졌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개정된 내용들을 보면, 가업승계 대상의 확대와 상속공제 한도 상향 등 변경으로 말미암아 가업승계 기반이 마련되고 세대를 이은 기업경영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에 대한 한계점도 노출되고 있다.
첫째, 여전히 기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속공제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과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기업 규모를 차등하지 않고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이 가업승계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연속성 측면을 중시하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피상속인과 상속인 요건 완화와 관련된 사항이다. 10년 이상 피상속인의 가업 경영 및 주식보유 요건 등과 그 기간 동안 매매 등을 제한하고 있어 시대적 조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상속인의 상속개시 전 2년간 근무 요건 역시 개정의 고려대상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가업상속을 저해하는 조세 장벽의 해소와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상속개시 시점에서 상속세를 과세하지 아니하고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승계해 양도 시점에서 과세할 수 있는 승계취득 과세 방법인 자본이득 과세제도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넷째, ‘장기 매출 감소’, ‘노후 기계설비 자동화’ 등 외부적 요인은 공제액 추징 사유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장수기업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의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사후관리 의무 위반 시 공제액 추징 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요건 현실화를 통해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가업상속은 일자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상속세율 등의 완화와 설득 가능한 승계요건 등이 이루어지면, 현재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을 예상할 수 있다.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통해 우리 기업을 존속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일자리를 유지하며,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