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물거품' 불안감…의사 부모 교육·소득수준 상대적으로 높아

입력 2024-02-22 15:28수정 2024-02-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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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게시된 진료 대기 시간 안내판에 마감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전공의와 의과대학생 집단행동이 확산하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공의의 95%가 몰린 100개 수련병원에서 927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다. 이 중 근무지 이탈 전공의는 8024명이다. 의대생은 22개 대학에서 3025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들의 소득수준과 교육환경 등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가는 중이다. 본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의사를 포함한 의약계열 전문직은 본인 소득수준뿐 아니라 부모 교육·소득·자산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본지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이동경로조사(GOM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대졸자 패널 1만8271명(평균연령 26.3세)의 입학(편입) 당시 부모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비율은 22.6%였다. 부·모의 최종학력이 대졸(4년제) 이상인 비율은 각각 39.9%, 27.0%였다. 현재 부모의 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패널은 전체의 5.7%에 머물렀다.

반면, 의학·치의학·한의학·약학을 전공한 대졸자 153명(평균연령 28.4세)은 입학 당시 부모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비율이 46.7%로 전체 대졸자의 2배를 넘었다. 부·모의 최종학력이 대졸 이상인 비율도 각각 73.2%, 56.2%에 달했다. 19.1%는 현재 부모의 자산이 10억 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전체 대졸자의 3배를 웃도는 비율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대학 입학한 2010~2014년 월 소득 500만 원은 가구소득 기준 상위 20% 이내다.

2007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부모 교육수준은 추세적인 대학 진학률 상승 영향으로 격차가 좁혀졌으나, 부모 소득수준 격차는 확대됐다. 의·치·한·약대 졸업자의 경우, 입학 당시 부모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비율이 2007년 29.5%에서 2020년 46.7%로 17.2%포인트(P) 올랐는데, 전체 대졸자는 이 비율이 14.9%에서 22.6%로 7.7%P 오르는 데 그쳤다.

2010년대 이후 대학 입시에서 의·치·한·약대 쏠림이 극단적으로 심화하면서 전공별 부모 소득·자산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건 의대다. 최근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입시반’이 성행하고 있다.

부모와 본인 모두 경제·사회적 지위가 높은 계층은 ‘공정 담론’에서 다른 계층과 차이를 보인다.

본지는 2021년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3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30대 인식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P))’를 했다. 당시 표본을 회귀분석한 결과, 부모 교육수준이 대졸 이상인 집단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주관적 사회계층이 높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여겼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기회 확대나 보상 재분배에 거부감이 컸다.

의료계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의대 진입문턱을 낮추는 정책’으로 보고 있다. 40개 의대 학생대표는 20일 공동성명에서 “환자는 날림으로 배출된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며,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21일 방송 토론회에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한 ‘보상(기대소득) 재분배’ 성격이 강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대해선 강경 기조를 유지 중인 정부가 전공의·의대생들에게는 소통을 요청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많은 우려가 오해에서 비롯된 만큼, 대화로 풀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의 의료개혁의 내용에 대해서 의료계의 오인과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며 “대화의 장으로 어서 속히 나와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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