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사장 “한미-OCI 통합 결정 불법적…물러서지 않겠다”

입력 2024-02-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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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코리그룹)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와 OCI 홀딩스의 부정하고 불법적인 계약에 따른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위법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임 사장은 21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그룹 관계사 주주들에게 보내는 입장문을 통해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적대적 인수·합병의 결정은 반드시 미수에 그쳐야만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은 한미약품 창엄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이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신주 발행이 회사의 경영상 목적이 아닌,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장악이란 사적 목적을 위해 진행했으므로 신주인수권과 주주 권리를 침해해 무효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사장은 입장문에서 “10년 전 작은 약국에서 시작해 한미약품그룹을 일군 선친의 뜻을 생각하면, 한미약품그룹의 역사가 단절되고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는 현 상황을 한시도 좌시할 수 없었다”라면서 “그래서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에 대한 신주발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사이언스를 다른 지주사의 중간지주사 내지 자회사로 전락, 편입시키는 결정은 곧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권을 양도하는 경영권 상실을 의미한다”라면서 “이는 명백히 정관상 사업 목적에 위배되는 배임행위이자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임 사장은 “저는 창업주의 뜻, 한미약품그룹의 영광을 일군 임직원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라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이하 임종윤 사장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그룹 관계사의 주주 여러분.

우선 제가 스스로 부족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금의 사태를 막아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반성이나 후회를 할 시간조차도 사치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50년 전, 작은 약국에서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한미약품그룹을 일궈 오신 선친의 뜻을 생각하면, 한미약품그룹의 역사가 단절되고,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는 현 상황을 한시도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에 대한 신주발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게 된 것입니다. 50년 한미약품그룹의 역사는 은밀하고 음흉하게 밀실에서 거래될 수 있는 저잣거리의 값싼 매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송영숙 회장님 단독으로, 백 번 양보해서 한미약품그룹의 전문성과 무관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요식적 결의로 강행된 OCI 홀딩스와의 ‘밀약’을,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과 체결한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당하고 통감부가 설치됨으로써 주권을 빼앗겼던 역사적 교훈과 마찬가지로 한미사이언스는 명실상부한 최상위 지주사에서 자율권을 빼앗긴 중간지주사로 전락함으로써 경영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의 의사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일부 대주주의 짬짬이 거래로 기업을 팔아 먹는, 작금의 현실은 소름 돋을 정도로 을사늑약과 일치하는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한미약품그룹의 최상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존재 이유는 한미사이언스의 정관 제2조 제1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의 주식 또는 지분을 취득, 소유함으로써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 경영지도, 정리, 육성하는 지주사업”이 기본적인 목적이고, 지주사는 기업 집단의 지배 회사라는 것이 정의이고 존재이유일 터인데, 한미사이언스를 다른 지주사의 중간지주사 내지 자회사로 전락, 편입시키는 결정은 곧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권을 양도하는 경영권 상실을 의미합니다. 이는 명백히 정관상 사업 목적에 위배되는 배임행위이자 직무유기라 할 것입니다.

송영숙 회장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아들도 이해하고, 동의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고 임성기 회장님의 유지와 한미약품그룹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결정에 대한 이해와 동의이기 때문입니다.

임성기 회장님이 2020년 8월 2일 타계한 이후 2020년 9월 28일 송영숙 회장님이 한미약품그룹의 회장 및 (저와 함께) 한미사이언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을 때, 저는 대표이사 인사에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도덕성에 기반한 신뢰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직도 그 인사말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 직전 이사회에서 전문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그룹 경영에 관한 제 의견이 묵살되고, 감시와 협의의 기능을 상실한 이사회 구성, 1인 체제의 개인 경영권을 강화하여 언제든지 사리사욕에 의거한, 부도덕한 결정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되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한미약품그룹의 시계는 멈췄습니다.

2017년 추석 연휴, 임성기 회장님을 모시고 이탈리아의 제멜리 병원과 오브맘, 코리 그룹의 시설을 둘러보고 격려와 조언을 듣던 ‘로마의 휴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년 전인 2004년, 북경한미약품으로 쫓듯이 출전을 권하시던 임성기 회장님의 말씀과 눈빛, 마주잡은 두 손의 의미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미홀딩스의 사명을 한미사이언스로 바꾸어야 한다는 제 주장에 뜨겁게 동의해 주셨던 임성기 회장님의 안목은 평생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전문경영인의 조언을 토대로 미래사업을 예견하고, 한미약품그룹의 내일을 주관하고 미래 경영을 독려하신, 아버지이자 선대 회장님의 뜻을 다시금 새겨 봅니다.

무엇보다도 임성기 약국에서 발원하여 드넓은 강으로 흘렀던 50년 한미약품그룹의 본류를 되돌아 봅니다. 이 긴 시간 동안 함께 청춘과 열정을 바쳤던 수많은 임직원 분들의 땀과 눈물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무엇보다 한미약품그룹의 본류를 드넓은 대양으로 나아가게 하라는 10만 주주 분들의 성원과 바람을 되새겨 봅니다. 한미약품그룹의 성공과 영광은 대주주 일가의 것이 아님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생각하고, 한미약품그룹의 역사를 일군 동료, 선후배들의 뜻을 새기며, 10만 주주의 권익을 위해, 저는 나쁜 아들과 오빠가 되기로 마음먹고 낯뜨거운 가족 분쟁을 감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직 시간과 기회가 있습니다.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적대적 인수·합병의 결정은 반드시 미수에 그쳐야만 합니다. 저는 창업주의 뜻, 한미약품그룹의 영광을 일군 임직원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대주주 가족으로서, 가족 경영의 한계를 직시하고도 막지 못한 것에 깊이 사과드립니다.

더불어 대주주로서, 창업주의 아들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추락과 멸망을 방관하지 않겠습니다. 한미사이언스-OCI 홀딩스의 부정하고 불법적인 계약에 따른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위법하고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함을 드넓게 알리고, 호소하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21일

한미약품 사장 임종윤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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