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수 큐로셀 대표 “국산 CAR-T 상업화·흑자전환 임박” [상장 새내기 바이오①]

입력 2024-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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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CAR-T 치료제 ‘안발셀’ 9월 허가 신청…자체 생산 역량 완비

상장 새내기 바이오기업을 찾아서
지난해 냉각된 바이오 투자 심리에 기업공개(IPO)에 도전한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투데이는 코스닥시장에 새로 이름을 올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을 찾아 현황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올해 거둘 성과와 앞으로 달성할 목표를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오 투자 시장도 K바이오의 달라진 위상처럼 훈풍이 불길 기대합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가 15일 대전 유성구 큐로셀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기존 바이오기업이 보여주지 못했던 임상 성공이란 성과를 우리가 보여주겠습니다. 큐로셀은 글로벌 면역세포치료제 시장에서 인식되는 첫 번째 한국 기업이 될 것입니다.”

‘꿈의 항암제’라 불리는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의 국산화가 임박했다. 큐로셀은 국내 최초로 CAR-T 치료제 임상을 시작한 바이오기업이다.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만난 김건수 큐로셀 대표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원을 발현시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한 세포유전자치료제다.

대량배양 과정을 거친 후 환자에게 재투여하는 방식으로, 1회 투여만으로 치료 방법이 없는 말기 혈액암 환자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가 15일 대전 유성구 큐로셀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안발셀’ 상업화 초읽기…9월 신약허가 신청

김 대표는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과 차바이오텍 등을 거쳐 2016년 12월 큐로셀을 설립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CD19 CAR-T 치료제 ‘안발셀(Anbal-cel)’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안발셀은 큐로셀의 OVIS™ 기술을 적용해 두 종류의 면역관문수용체인 PD-1(활성화된 T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과 TIGIT(T세포의 공격을 중지시켜 체내 면역 체계를 회피하도록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수용체)의 발현이 현저하게 낮췄다. OVIS™ 기술은 한 번의 유전자 조작으로 △CAR 발현 △PD-1 제거 △TIGIT 제거의 3가지 기능을 동시에 실현한다.

안발셀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임상 2상 중간결과에서 완전관해율(CRR) 71%를 달성,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 3종(40~50%대)에 비해 향상된 치료 효과를 보였다.

큐로셀은 지난해 10월 임상 2상의 마지막 환자 투약을 완료했다. 이 환자의 투약 3개월이 지나면 최종결과 취합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임상 2상 최종 결과는 올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혈액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며 “중간결과가 워낙 뛰어나 최종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안발셀의 상업화는 목표 시점에 맞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단 것이 그의 설명이다. 큐로셀은 2021년 2월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아 이듬해에 임상 1상을 완료했고, 곧바로 임상 2상에 들어가 지난해 10월 투약을 마쳤다. 올해 9월 식약처에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내년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김 대표는 “임상 전 단계와 임상 단계 모두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면서 “이 약을 기다리는 국내 환자들을 생각하면 계획한 일정을 늦춰선 안된단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큐로셀 GMP 내부 모습. (사진제공=큐로셀)

생산도 직접…독보적 신약 지위 강점

김 대표는 “신약이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독보적인 지위”라고 말했다. 보통 시판 의약품의 수명은 특허기간이 만료되면서 끝나지만, 복제할 수 없는 CAR-T 치료제는 예외란 설명이다.

대규모 영업·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은 점도 경쟁력이다. CAR-T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의료진이나 병원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안발셀의 시판이 가능해지면, 큐로셀은 이를 전량 직접 생산한다. 본사와 나란히 위치한 표준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상업용 CAR-T 제조시설은 국내 최대인 1만636㎡ 규모로, 연간 700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안발셀을 만들 수 있다.

김 대표는 안발셀의 임상 착수와 동시에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임상 속도를 고려하면 착공을 빨리 들어가야겠단 계산이 나왔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는 “보통은 건물을 짓고 설비를 들이지만 우리는 동시에 진행해서 속도를 단축했다”라면서 “1개 층만 사용해도 700명 분을 생산할 수 있고, 별도 1개 층의 잉여공간이 있다”라고 말했다.

큐로셀은 대전 GMP를 통한 위탁생산·위탁개발생산(CMO·CDMO)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재는 안발셀의 상업화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곳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면역세포치료제 허브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가 15일 대전 유성구 큐로셀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의 뒤로 지금까지 ‘안발셀’을 투여한 환자의 숫자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공모가 아쉬웠지만…“말만 앞선 바이오기업 아냐”

큐로셀은 지난해 11월 9일 코스닥시장에 입성, 얼마 전 상장 100일을 넘겼다. 당시 얼어붙은 바이오 투자 시장의 영향으로 공모가는 희망범위(2만9800원~3만3500원)을 밑도는 2만 원으로 확정됐다. 안팎의 기대만큼 아쉬움이 남는 숫자다.

김 대표는 “(상장하고 나서)우리 회사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가 확실히 커지고, 다양해졌다”라면서 “많은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가치(밸류에이션) 하락을 겪지만, 큐로셀의 가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곳은 없었단 점은 위안이었다”라고 상장 100일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상장을 통한 총 공모 금액은 320억 원이다. 큐로셀은 이를 활용해 안발셀의 상업화와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김 대표는 “공모자금이 계획보다는 적지만 내실을 다지는 운영으로 안발셀의 매출 시점까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금 여유가 있다면 좀 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안발셀에 초점을 맞춰 매출을 끌어내는데 집중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시판하면 흑자전환 시점은 2026년으로 보고 있다. 연간 3000명씩 발생하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 환자의 30~40%가 CAR-T 치료제를 필요로 하고, 이 중 절반은 안발셀을 쓸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후속 파이프라인은 자가면역질환인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이다. 올해 하반기 IND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제 바이오 투자 시장은 그저 그런 모멘텀으로 움직이는 분야가 아니다”라면서 “정말로 회사의 가치를 높일 모멘텀을 큐로셀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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