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에 '얼리어답터'는 필요 없다"

입력 2009-06-0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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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판단'이 모두의 '안목'이 되지는 못해

#전문

건설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윤모씨(38)는 자타가 공인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다. 남들보다 상품 사용속도도 빠르지만 투자도 앞서 나가는 빠른 '센스'가 윤씨에겐 가장 자랑스러운 재주였다. 그런 윤씨의 남보다 앞서 나가는 투자는 부동산에서도 발휘됐다. 윤씨는 토지 시장이 다시 부흥할 것으로 내다보고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는 심정으로 서울~양평 라인의 전원투택지로 인정받을 만한 토지 200 여평을 평당 60만원 선에 매입했다. 자연 녹지지만 용도지역의 특성상 자연녹지는 용도 변경이 빈번한 편이고, 무엇보다 도로와 그리 멀지 않다는 점에서 용도 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문

윤씨는 이 지역이 어느 정도 가격을 오르자 이번에는 주식시장의 돈까지 빼서 새만금 개발이 벌어지는 전북 지역의 땅도 매입했다. 새만금 주변 개발이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중기적으로는 돈이 될 것이란 확신이 섰다.

그런데 문제는 새만금 개발은 추진되고 있지만 땅값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 그도 그럴 것이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한계 농지를 매입하는 등 지나치게 틈새 시장만 노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도 시세상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위안 삼은 윤씨는 당장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닌 만큼 당분간 기다려 볼 생각이다. 하지만 한계농지란 땅의 특성상 쉽게 팔릴지는 의문이다.

남보다 앞서나가는 투자는 언제나 매력적인 느낌을 준다. 바닥에서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매도 시점을 고르는 것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매우 실력 있는 투자자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데 현실은 투자의 얼리 어답터가 존재하기 어렵다. 투자란, 대세. 즉 투자자들의 요구사항과 바램이라는 바람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땅은 용도구역과 도시계획, 국토계획이라는 제반사항이 함께 걸려 있다. 이를 경시하는 투자는 아무리 빠른 투자라도 의미가 없다. 매입 절차가 까다롭다면 투자자도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용도변경은 도시 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용도변경을 전제로 한 투자는 일단 주저해보는 게 제대로 된 투자 상식이다.

윤씨가 빠른 투자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닥 가격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 빠른 투자는 불리한 점은 자신의 안목이 모두의 안목이 된다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즉 '앞서가는 투자'가 아니라 대세에 발맞춰 가는 투자를 우선 고려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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