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결합·다른 질환 적용할 ADC 개발” [1세대 바이오기업 생존법]

입력 2024-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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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웅 레고켐바이오 연구소장 “항암제서 다른 질환으로 영역 확대” [인터뷰]

오리온과 빅딜로 자금 확보…차세대 ADC 개발 속도
AIC‧ADIC 등 ADC 개발…자체 임상·기술이전 병행

▲정철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신약연구소장이 1월 26일 대전 유성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국내 대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가 ADC 개발에 속도를 낸다. 항암제에서 영역을 확대해 다른 질환에 사용될 수 있도록 더 진보된 ADC를 연구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정철웅 레고켐바이오 연구소장은 최근 대전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한 만큼 면역항암제를 결합한 ADC는 물론, 항암제 외 질병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하고 발전된 ADC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ADC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항암제다.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약물의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레고켐바이오가 대표 주자다. 지난해까지 누적 13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고, 누적 계약 규모는 8조7000억 원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설립 18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국내 종합 식품기업 오리온과 깜짝 딜을 성사시킨 것. 오리온은 총 5500억 원을 투입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취득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자금이 필요했던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계약으로 실탄을 확보하며 신약 개발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회사 측도 빅딜에 나선 가장 큰 목적을 신약 개발로 꼽았다.

정 소장은 “지금 상태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할 수 없다. 파이프라인이 20개가 넘는데 개발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며 “방향성은 크게 변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국내외 다수 제약사들이 ADC 개발에 뛰어든 상황에서 ADC의 구성 요소인 항체, 링커, 페이로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정 소장은 “ADC도 부작용은 있다. 아무리 정확히 암세포를 타깃해도 옆으로 퍼져 부작용이 일어난다. 그 부분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며 “항체는 암세포 특이적으로 약물을 운반 해야하고, 링커도 다른 곳에서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페이로드는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한 레고켐바이오는 신약 연구개발에 속도를 낸다. 최근 ‘VISION 2030 조기 달성 전략’을 마련하고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은 목표인 연간 4~5개 후보물질 발굴, 5년 내 5개 이상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면역항암제를 결합하는 등 진화된 ADC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암세포를 타깃하는 항체에 면역조절 물질을 결합한 AIC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과 면역을 활성화하는 약물을 항체에 붙이는 ADIC를 중점으로 연구 중이다.

정 소장은 “면역세포는 암세포,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좋은 항체이기 때문에 ADC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연구 중”이라며 “ADC와 면역항암제의 결합을 통해 자가면역 부작용 없이 치료하면서 암세포는 죽이고 주변의 면역세포만 활성화하는 차세대 ADC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철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신약연구소장이 1월 26일 대전 유성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레고켐바이오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한 만큼 자체 임상도 늘릴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기업은 좋은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더라도 끝까지 임상할 자금이 없어 기술이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자체 임상과 기술이전을 병행하는 전략을 세웠다.

정 소장은 “파이프라인이 많아 어느 한 곳에 자본을 투입하면 다른 것을 개발할 수 없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시급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우리가 개발할 것과 기술이전 할 파이프라인을 내부적으로 분류했다”며 “미래 가치가 높은 것은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오리온과 빅딜로 파이프라인의 하이밸류를 확보할 때까지 개발할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진보된 ADC 개발을 넘어 항암제로 개발 중인 ADC의 틀을 깨고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도 쓰일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한 정 소장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ADC를 항암제로 개발하려고 해도 일이 많지만, 다른 질환 타깃으로도 연구 중이다. ADC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질병에 따라 항체나 페이로드를 그에 맞게 설정하면 된다. 어떤 약물을 탑재할지는 연구하고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가장 좋은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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